|
은행권 펀드판매 경쟁 가열 |
은행들이 하반기 들어 펀드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지만 자칫 과열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은 지난 18일 열린 통합 영업추진회의에서 하반기 수익증권 등 간접상품 판매 목표로 10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현재 300만명인 카드 회원 수를 연말까지 600만명으로 늘리기로 한 것처럼 6월 말 10조원을 넘어선 펀드 판매 잔액을 연말까지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하나은행은 당장 23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판매채널 확대를 통한 간접상품 판매력 강화와 시장 점유율 증대를 위해 내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연수 등 영업점에 대한 대대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실무진들이 10조원 판매 목표를 반영해 펀드 종류별 목표액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간접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판매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종전 영업점 자율적으로 판단해 성과평가지표(KPI)에 적용할 수 있는 펀드 판매를 필수적으로 반영하는 전략지표로 선정하고 50점의 점수를 새로 부여키로 했다
이는 방카슈랑스나 퇴직연금에 부여된 30점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펀드상품의 시장점유율 3위에서 1위로 올라서기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은 펀드 판매를 늘리기 위해 PB 영업점을 249개에서 530개로 확대할 계획이며 일반 직원에 대한 펀드 교육과 연수도 강화키로 했다.
은행권에서 펀드 판매 점유율 1위인 국민은행은 6월14일부터 신규 판매 펀드에 대해 판매 수수료를 10% 일괄 인하한 데 이어 지역본부와 영업점별로 투자자 교육을 상시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영업점 직원의 대다수가 펀드판매 자격증 소지자인 신한은행은 인력 확대 대신 신한자산관리시스템(SAMS)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펀드 고객 관리 강화와 온라인 영업 강화, 판매직원 상담 능력 향상, 펀드 관리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을 하반기 4대 과제로 선정했다.
외환은행은 해외펀드 투자지역과 펀드 종류를 대폭 확대하고 컨설팅 인원과 투자 세미나도 늘릴 예정이다.
은행들이 펀드 판매 확대에 나서는 것은 주가가 2,000선에 근접하는 등 단기 급등세를 보이면서 가입 고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잔액은 6월말 현재 76조5천92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조217억원 증가했다.
3월에는 전월보다 396억원 줄어들기도 했지만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5~6월에 6조6천499억원이나 급증했고 이달 1~19일에는 신한은행 한 곳의 판매액만 1조8천억원 이상 늘었다.
이들 은행의 작년 한해 펀드 수수료 수익은 5천877억원으로 전년 2천896억원의 2배를 넘었으며 올해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 무리한 펀드 가입 독려는 고객들에게 손실을 떠안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직원은 "현재 주가지수가 2,000 턱 밑에 와 있어서 고객들도 펀드를 권유하면 조정 가능성을 거론하며 가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펀드 판매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면 증시 조정 때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