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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30 18:05 수정 : 2005.03.30 18:05

올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정보기술(IT) 분야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양극화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 깊어가는 대-중소기업 양극화=인천 남동공단에서 10년 넘게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ㅅ전자 김아무개 사장은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공장 라인을 두 개 늘리기로 했다가 계획을 취소했다. 대기업의 예상 주문 물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납품 단가가 떨어지는 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시설을 늘리면 대기업은 단가를 낮추고 결국 시설자금 대출도 못갚을 게 분명했다”며 “경기가 좋아져도 대기업들만 돈을 벌 것”이라고 한숨을 털어놨다.

경기 반월공단에서 대기업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이아무개 사장도 몇년째 설비투자를 못했다. 세계 주요 업체들이 계속 단말기 가격을 낮춘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매년 큰 폭으로 납품단가를 내리고 있는 데다 경기전망도 아직 불투명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산업은행이 국내 2828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2005년 설비투자 전망’ 보고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대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설비투자를 14.5% 늘릴 계획이지만, 종업원 3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은 2.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도 대기업은 전년에 견줘 45.9%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였지만, 중소기업은 3.8% 증가에 그쳤다. 김석균 산은 조사부 팀장은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 부진은 그만큼 성장잠재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1398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4월 경기전망에서도 업황전망 지수가 96.6으로, 전달 93.7보다는 조금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치 100을 밑돌아 업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올 증가율 지난해 절반에도 못미쳐
IT 급감…전문가들 ”저성장 진입”


■ 저성장 진입 전조?=중소기업들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대기업들도 설비투자 증가율이 뚝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대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무려 31.4%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반도체, 엘시디, 휴대전화 등 수출주력 품목들인 정보기술(IT) 분야는 지난해 72.8% 증가에서 6.8% 증가로 추락했다.

다만 철강, 자동차 등 비정보기술 업종은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16.7%에서 23.4%로 높아질 것으로 조사됐으며, 내수업종 설비투자 증가율도 지난해 0.3%에서 24.9% 높아질 것으로 보여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산업으로 보면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29.7%)의 절반 수준인 14.4%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저투자-저성장’ 기조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설비투자 부진의 이유로는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의 성숙 단계 진입 △제조업체들의 해외 이전 가속화 △신성장산업의 부재 등이 꼽히고 있다. 또 경기탄력성이 큰 정보기술 업종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고, 기업과 금융권의 보수적인 경영행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이날 보고서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벤처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 지원하는 등 바닥부터 성장동력을 찾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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