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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 비상 통화공급(9-10일) 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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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사이 280조원 풀어
금리인하 앞당겨질수도
“몇주 뒤 위기 드러날것”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을 차단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전례없이 신속한 시장개입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9~10일 중앙은행들이 투입한 약 3천억달러(280조원)의 비상 통화공급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느냐가 이번 위기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9일 240억달러를 투입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일 세 차례에 걸쳐 380억달러를 풀었다. 연준은 성명에서 “금융시장의 질서있는 작동”을 위해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틀간 사상 최대 규모인 2136억1천만달러를 투입한 유럽중앙은행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투자한 은행들의 손실 규모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에는 일본(83억9천만달러), 캐나다(15억5천만달러), 스위스(16억8천만달러~25억1천만달러), 오스트레일리아(41억8천만달러), 싱가포르(9억9천만달러)의 중앙은행들도 일제히 긴급 자금을 시중에 풀었다. 주요국 가운데 영국의 잉글랜드은행을 빼고는 모두 나선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의 신용위기 재평가는 통제 가능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중앙은행들의 과감한 개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주택담보 대출업체나 헤지펀드의 손실을 넘어서 대형은행들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의 근간인 은행들이 흔들리면 경제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주 프랑스 최대은행인 비엔피(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3개 펀드의 인출을 중단한 게 위기론의 결정적 증거가 됐다. 특히 현금 보유 성향이 강화돼 은행 간 대출이 막히는 게 정책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은행들이 진앙 위에 놓였다”는 전문가 진단을 소개했다.
뉴욕증시에선 10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23% 떨어져 전날보다 하락 폭을 크게 줄였고, 에스엔피(S&P500)지수는 0.04% 상승하며 연준의 시장개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증시는 계속 곤두박질쳐, 미국과 유럽 증시가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 전문가들은 13일 개장하는 증시뿐만 아니라 몇 주 동안의 자산·금융 시장 동향을 살펴야 위기의 심각성을 가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신용위기의 진짜 깊이는 몇 주를 기다려야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손실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예상한 최대치의 두 배인 2천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러나 아직은 주요 은행을 파산시킬 정도의 파괴력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동성 경색 조짐에 따라 상승일로에 있던 중앙은행들의 금리 조정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연준 등은 올해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표면화된 뒤에도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라며 기준금리 유지·인상 기조를 유지했지만, 통화공급에도 위기가 해소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연준은 현재 5.25%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지만, 다음달 전에라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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