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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펀드 설정액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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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대부분 마이너스
세계 금리인상에 된서리
수익률이 좋다는 친구의 말만 믿고 지난 3월 리츠펀드에 가입했던 이아무개(31)씨는 며칠전 눈물을 머금고 펀드를 환매했다. 250만원에 이르는 손해도 손해지만, 계속 붙잡고 있다가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다른 펀드에 투자할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리츠펀드의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투자자 이탈이 늘고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분석을 보면, 주요 리츠펀드들의 1개월 수익률은 -10.6~-3.5%대로 모두 마이너스다. 6개월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원금을 까먹고 있다.
국외 리츠펀드 설정액은 연초부터 늘어나 5월에는 6조3900억원대까지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4조3600억원대로 떨어져 불과 두달 반만에 2조원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개월 간의 ‘리츠 엑소더스’는 투자자들이 펀드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의 수익률만을 보고 펀드를 샀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인 경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 차장은 “돈을 빌려 부동산을 매매하고 빌려줘 수익을 남기는 리츠펀드에게 금리인상은 분명한 악재”라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리츠펀드의 수익률이 줄어든다는 것은 예상된 결과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금리에 민감한 리츠펀드의 특성보다는 과거의 높았던 수익률에만 주목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리츠펀드에서 기대되는 수익률은 최대 10% 내외다. 건물을 임대해 얻는 4~7%대의 고정적인 수익과 부동산을 사고팔아 얻는 차익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리츠펀드에도 거품이 꼈다. 대출이자는 내리고 부동산 가격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상업용 부동산에는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수익률은 30%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금리인상 추세로 돌아서면서 리츠펀드의 호시절은 저물고 있다.
이 차장은 “리츠펀드 수익률이 30%를 넘었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면서 “최근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리츠펀드의 수익률도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과거의 높은 수익률만 보고 가장 가격이 높을 때 리츠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으로 상가건물 임대가 늘면서 리츠펀드의 수익률이 반등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동안 리츠펀드의 수익률에 지나치게 높았을 뿐만 아니라, 금리 상승 국면이라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 길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내 수익률 회복은 어렵다는 얘기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투자 전망과 펀드 특성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과거 수익률 기준으로 펀드에 가입하다보면, 리츠펀드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면서 “이번같은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좀더 성숙한 투자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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