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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와 원-엔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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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캐리 청산 움직임 가속
원-엔도 810원대 진입
달러와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세계 신용경색 우려와 엔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의 청산 여파로 16일 급상승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달러=946.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직전 거래일(14일)보다 13.80원 오른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940원대를 기록한 것은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전 거래일 대비 상승 폭도, 지난해 10월9일 북 핵실험 여파로 14.80원 올랐던 이후 가장 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처음부터 1달러당 7.40원 오른 939.90원으로 거래가 시작돼, 한때 939.30원으로 밀리다가 다시 대거 달러 매수세가 유입돼며 940원선을 훌쩍 넘어섰다. 오후 들어서는 ‘사재기’에 가까운 달러 매수세가 붙으면서 946.80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원-엔 환율은 100엔=814.40원을 기록해, 직전 거래일보다 무려 23.30원이나 올랐다. 원-엔 환율이 810원대에 들어선 것은 지난 3월14일 814.90원을 기록한 뒤 다섯달 만이다. 전문가들은 원-엔 활율이 장기적으로는 하락세를 유지하겠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까지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 확산 탓에 원화 환율이 급등했다고 풀이했다. 신용경색 현상으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화를 찾고,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청산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달러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마련이다. 특히 엔화 가치는 며칠 사이 상승세가 더 두드러진다. 엔화 환율은 일본 도쿄시장에서 16일 오후 3시 현재 1달러=116.11엔, 1유로=155.82엔으로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여기다 국내 주가가 외국인과 개인들의 무차별 매도 공세로 급락세를 보인 게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의 상승을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 구체적 전망을 내놓길 꺼리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나서고 있으나 금리 인하 등의 특단 조처가 없으면 신용경색 현상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환율 급등이 그동안 고평가됐던 원화 가치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출업계를 중심으로 국산 상품의 대일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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