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1 19:39
수정 : 2007.08.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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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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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금융연구원장 쓴소리…“한은, 자통법 때 밥그릇만 챙겨”
“일부 경제 단체나 학자들이 우리나라처럼 금산분리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철저하게 깨지고 있는 나라도 없다.”
이동걸(54) 한국금융연구원장이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취임 한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들어와야 국내 은행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산업자본에 대한 규제가 없는 증권과 보험에서 세계적인 금융기관을 만들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산분리 완화 논리로 나오고 있는 ‘글로벌 은행 육성론’에 대해서도 “(재벌) 세습의 수단으로 금융기관을 이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금융기관을 세계적 금융기관으로 키우겠느냐”며 반문했다.
이 원장은 골드만삭스 대신 실버만삭스를 제안했다. 그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지금 당장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할 수 없다. 우선 국내 자본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공개, 상장 업무, 인수·합병 같은 투자은행 업무를 해가면서 실력을 키운 뒤 국제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해 “현재로선 한국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금융당국이 시장의 불안감을 거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한국은행이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과정에서 밥그릇만 챙겼다. 한은이 양심의 보루로서 행동해주기를 바라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라며, 한은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또 지난 20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헌재 사단을 청산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과 관련해 “금융권에서 기득권이 생기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기득권으로 경쟁이 불가능해지고 새로운 인재들의 충원이 안 되는 상황을 우려해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사진 노혜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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