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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소비자금융 추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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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한미캐피탈 인수 나서
수익기반 강화 차원서 적극 추진…신한·하나도 검토“고금리 인하 계기” 기대에 “고리대업 진출” 비판도 우리금융그룹이 ‘소비자금융’(소액 신용대출) 시장 진입을 위해 한미캐피탈 인수에 나섰다. 신한·하나금융그룹 등도 캐피탈 자회사를 통해 신용대출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 상호저축은행, 대기업 계열 캐피탈업체가 장악해온 소비자금융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낮은 조달금리를 앞세운 금융그룹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 현재 40%대가 넘는 소액 신용대출 금리를 20~30%대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24일 한미캐피탈의 대주주인 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한미캐피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한미캐피탈은 할부리스 쪽 업무를 주로 하고 있지만 인수가 성사되면 소비자금융 업무를 확대·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캐피탈은 업계 10위권내의 캐피탈사로, 지난해 11월 옛 쌍용캐피탈(현 GB캐피탈)의 자동차 할부리스 지점 14개를 인수해 자동차 리스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와 함께 보험업 진출을 위해 LIG생명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주회사의 장점인 은행, 보험, 증권 등을 함께 제공하는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개선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보험과 소비자금융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자회사 신한캐피탈에서 소액 신용대출 사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민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장은 “감독당국으로부터 소비자금융 시장 진출을 권유하는 시그널이 있었다”며 “캐피탈 이름을 바꿔 시장에 진출할지, 또는 기존 업무에 소액 대출사업을 추가할지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저소득층에 무담보로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에 진출한 하나금융도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의 소비자금융 업무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성규 하나금융그룹 부사장은 “리스크 관리와 대출 등 은행과 캐피탈 업무는 유사한 분야도 많고 신용도가 낮은 은행 고객을 캐피탈에 소개해 시너지 효과도 높일 수 있어 소비자금융 시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들 금융그룹에 견줘 다소 소극적이다. 국민은행 고위 임원은 “본사 이전과 증권사 인수 등이 겹쳐 소비자금융시장 진출은 현재로선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국민은행 전략 담당자는 “금감위에서 ‘은행도 대부업과 같은 저신용 시장에도 진출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있어 검토했는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기관들은 정부가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도록 권유하고 있는데다, 약화되고 있는 수익기반을 보완하고자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그룹 안에서도 일부 임원들은 ‘은행이 고금리 시장에 뛰어드느냐’라는 사회적인 비난을 받게 될 것을 의식해 시장 진출에 반대하고 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연 20~30%대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기관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이해선 은행감독과장은 “금융그룹이 수익여건과 평판, 사회적 책임 등을 판단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도 “금융그룹의 소비자금융 시장 진출은 고금리를 내릴 여건을 만드는 등 서민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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