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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2 20:22 수정 : 2007.09.02 20:22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행동 나서겠다” 금리인하 시사…‘거품 제거’ 대신 월가 손들어

‘탈 그린스펀’ 노선을 추구해온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시장’의 아우성에 금리 인하 카드를 마지 못해 꺼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포럼’에서 31일(현지 시각)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태도 변화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소비 지출과 경제 전반에 대한 역효과”를 이유로 “연준은 신용 상황의 추가적 악화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을 계속 살피고 있으며, 금융시장 혼란이 경제에 광범위하게 끼칠 역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연준의 프레데렉 미시킨 이사도 1일 “(중앙은행은) 주택 가격 침체를 목도한다면 즉각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 억제가 우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금융위기 때 가파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선 지금까지와는 달리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면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에이피>(AP) 통신은 포럼에 나온 경제학자들 중에도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버냉키 의장이 ‘필요하면 개입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뛰어넘은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이달 18일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25%의 현행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연준이 9월에 이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고, 일부에선 연말까지 금리 인하가 3차례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문제는 주식과 채권 등 자산 가격의 하락을 막으려는 월가 중심의 금융자본과 이번 기회에 거품을 제거하고 경제를 건실하게 만들려는 ‘실물경제’ 쪽이 대립하면서 논쟁이 일고 있다. 버냉키 의장도 “대출자들과 투자자들이 한 결정의 결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게 연준의 책임은 아니다”며, 연준이 ‘무책임’한 투자자들까지 감싸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의 연설과 때를 맞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집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한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혀, 연준과 백악관의 ‘조율’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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