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8 19:37
수정 : 2007.09.28 19:37
|
강정원 국민은행장
|
“리딩뱅크 역할 뭐했나” 비판 속 “대안없다”현실론도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국민은행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강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박수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노조는 삭발까지 하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겉으로는 “무난한 인사”라고 하면서, 내심으론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강 행장 연임이 그리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재임 기간 중 내실을 기한다는 명분 아래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다. 그 덕분에 자산 건전성이나 수익성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내부만 치중하다보니 영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장기 비전이나 미래 성장 동력 구축에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자산이나 수익 규모 측면에서는 이미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잃어 가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강 행장이 재임 기간 중 해놓은 게 뭐가 있냐”며 리딩뱅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 실패를 가장 큰 패착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강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18명의 후보군을 놓고 평가한 결과, 강 행장이 다른 후보들과의 비교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강 행장이 3년 동안 내실을 다진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면 된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후보군을 너무 축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국민은행 행추위가 (특정인을 의식해) 행장 후보 선정 기준을 편의적으로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특이한 지배구조도 강 행장 연임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임기 3년의 사외이사가 은행 경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행장을 포함한 이사진(상임이사+사외이사)의 연봉과 스톡옵션도 사외이사들이 결정한다. 강 행장은 7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고, 사외이사들도 2만5천~3만주씩을 받았다. 사외이사들은 연임 제한도 없으며, 사외이사의 연임 여부와 후임 사외이사 선정도 자기들이 한다. 강 행장의 연임을 결정한 행추위도 이들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국민은행의 한 지점장은 “강 행장과 사외이사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나눠먹기식 경영을 하고 있다”며 “이런 구도 속에서는 강 행장의 연임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10월31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강 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확정되면 11월1일부터 새로운 3년 임기가 시작된다. 그가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추진력과 리더십, 그리고 글로벌 경영 능력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석구 선임기자, 안선희 기자
twin8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