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30 20:02
수정 : 2007.09.30 20:02
대부업체 돈 대주고 소액신용대출 줄이고
대표적인 서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들이 서민들에게 고리의 부담을 지우는 대부업체에 3천억원대의 자금을 빌려줘 이들의 ‘돈놀이’를 도와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서민 대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와 서민 금융기관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30일 진수희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저축은행 110개사 중 46개사가 120개 대부업체에 3616억원을 대출해줬다. 이들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연 7.5~18.0% 금리로 대부업체에 대출해줬다.
서울 소재 신안상호저축은행은 18개 대부업체들에 10~11% 금리로 513억원을 대출해줘 자금 규모 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6천억원대로 자산 대비 대부업체 대출 비중이 7%를 넘어섰다. 또 자산이 7천억원대인 인천의 에이스상호저축은행은 대부업 대출 규모가 441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서울의 제일상호저축은행은 324억원을 대부업체들에 빌려줘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서민을 상대로 한 소액 신용대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2002년 말 2조8천억원 수준이었으나 2003년 2조4천억원, 2004년 2조원, 2005년에는 1조5천억원으로 점차 축소하다가, 지난해에는 1조1천억원까지 줄였다. 불과 4년여 만에 서민 대출 규모를 60%나 축소한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서민들에 대한 대출에는 소극적이었던 반면, 서민들에게 고금리 부담을 지우는 대부업체의 돈벌이를 도와주는 대가로 일정 부분 수익을 확보해온 셈이다. 진수희 의원은 “저축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인 서민 대출을 외면한 채 대부업체들의 전주 노릇을 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저축은행들은 자산 대비 대부업체 대출 비중이 커, 만약 대부업체들이 부실에 빠지면 함께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올 초부터 저축은행들이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보다 직접 서민 대출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대부업 대출이 저축은행 업계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가 안돼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도 “올 하반기 들어서는 소액 신용대출을 늘리고 대부업체 대출은 줄이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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