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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7 21:25 수정 : 2007.10.17 22:58

올해 광의우동성(L) 증가율 추이

콜금리 잇단 인상 불구 ‘과잉 유동성’ 지속되자 대출경쟁 과열 경고

금리가 많이 올랐지만 유동성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시중에 돈이 많으면 주식시장 과열, 부동산 가격 재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은 유동성 증가세의 원인을 은행들의 과다한 대출 경쟁으로 보고 은행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 콜금리를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8월 광의유동성(L)은 전년동월 대비 12.4% 증가하며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금융기관 유동성(Lf) 역시 10.3%가 증가했다. 한은이 전망한 9월 광의유동성 증가율은 10% 정도로 8월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유동성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물가나 부동산, 주식 등의 가격상승을 불러오게 된다. 지난해 부동산가격이 폭등할 때도 유동성이 급증했었다.

현재 당국의 걱정은 물가보다는 자산가격 쪽에 맞춰져 있다. 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은 강력한 수요억제 정책으로 잠잠한 상태지만 대신 갈 곳을 잃은 돈들이 국내 주식시장이나 중국 펀드, 미술품 경매 시장 등으로 돌아다니며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부동산시장도 언제 다시 들썩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특히 부동산가격 급등을 최대 실책으로 비판받고 있는 현 정부로서는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는 또 “자산가격 상승은 양극화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유동성 증가세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은행이다. 8월 유동성지표의 상품별 증감액을 보면 은행이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및 은행채가 포함된 시장형상품과 장기금융상품의 증가액이 각각 5.9조와 5.5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9월에도 은행들은 시디와 은행채를 1조1천억원, 3조8천억원어치 발행했다. 은행들의 시디·은행채 발행은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7월(3조7천억원)에 잠시 주춤했던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8월 4조8천억원, 9월 9조6천억원으로 다시 늘고 있다.

물가 오르고 부동산 또 들썩일라 한걱정
은행들 “우리만 멈출 수야 있나” 시큰둥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은행들에 시디, 은행채 발행과 관련해 ‘주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명분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지만 사실상 대출 자제 요청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용덕 금감위원장이 17일 은행들의 ‘과열 경쟁’을 언급하며 외국 진출을 다시 한번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 맴도는 돈을 밖으로 빼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은의 금리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지 않으면 유동성은 잡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대출경쟁을 계속하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은행들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한경쟁에 돌입해 있는 은행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다른 은행은 계속 늘리는데 우리만 멈출 수는 없다”며 “아직 시디나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경영진에서) 내려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대평 금감원 부원장은 “유동성 증가를 은행 대출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면서도 “은행들이 리스크와 수익성 등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정도 외형 확대가 적정한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열쇠말] 광의 유동성이란?통화는 현금과 현금으로 쉽게 전환되는 금융자산을 합친 것이다. 통화의 양을 측정하는 지표는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 금융기관유동성(Lf), 광의유동성(L) 등이 있다. 현금에 은행의 결제성 예금을 더한 것이 협의통화, 여기에 정기예금·적금, 시디, 수익증권 등을 추가하면 광의통화, 광의통화에 만기 2년 이상 예·적금과 금융채, 고객예탁금 등을 더한 것이 금융기관유동성(Lf)이다. 광의유동성은 전체 유동성 크기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금융기관유동성에 기업어음, 회사채, 국공채 등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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