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15 18:56
수정 : 2007.11.1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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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 ARM 그림 재조정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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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가치하락 반영되면 금융기관 ‘손실’ 커져
금융전반 전염 가능성 낮아…‘수퍼펀드’ 불 끌지 주목
전문가의 눈 / 미 서브프라임 ‘쇼크’ 언제까지
2개월 연속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금리 인하 처방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은 살얼음을 걷듯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외형상 메릴린치와 씨티그룹 같은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이 3분기 어닝쇼크를 촉발했기 때문이지만 근본 원인은 서브프라임 관련 구조화상품의 대규모 가치하락과 정확한 손실 공개를 꺼리는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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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형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손실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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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0.75%포인트 연방금리 인하는 서브프라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서브프라임 재조정 금리는 리보(Libor, 런던 은행간 금리)에 연동된다. 리보 역시 기준금리 인하로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서브프라임 재조정 시점이 맞물리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2005년에 7% 중반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주택 구입자는 재조정 시점인 현재 10%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주택 구입자는 고율의 높은 모기지 금리로 신음하는 한편 금융권은 계속되는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로 고통을 겪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모기지론 손실을 키우는 양상이다.
여기에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업체가 지난달 무더기로 RMBS(주택용 모기지저당증권)와 CDO(부채담보부증권) 등급을 하향하면서 추가적인 손실을 예고했다. 물론 신평사의 등급 하향은 7월 1차 등급조정보다 규모는 확대됐지만 충격은 크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신평사 내부의 방법론 강화로 등급 조정 대상이 7월보다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등급이 하락하면서 개별 약정에 따라 여러가지 트리거(신용등급 하락시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조항을 촉발시키거나 CDO의 가치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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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X H.E. 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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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악재가 쉽사리 가시지 않는 또다른 이유는 전이 가능성 때문이다. 모기지론에서 소비자금융 전반으로 부실이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신용카드채권이 의혹의 중심에 있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차액을 이용해 소비했던 미국인들은 주택가격이 둔화되는 2006년부터 신용카드 사용액을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신용카드사들의 연체율과 대손율 등의 지표는 아직도 매우 양호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수년간 감독 강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신용카드채권의 질을 높여왔기 때문에 급격한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토론의 경우도 연체율도 낮고 담보가치가 높은데다 자동차에 대한 애착이 큰 미국인들의 특성에 따라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미국의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인가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기 침체로 연결된다는 명확한 데이터는 보이지 않아 엇갈린 예측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요동치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는 금융권 어닝쇼크가 계속될 것인가와 단기금융시장의 구원투수로 거론되고 있는 ‘수퍼펀드’가 제역할을 해낼 것인가로 압축된다.
우선 대규모 등급하락으로 인한 어닝쇼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평사가 상당히 강화한 방법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CDO 가치 하락이 금융기관의 손실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12월~1월 결산시점에 다시 한번 추가적인 대규모 상각이 발생하면서 추가적인 쇼크를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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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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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논란에 휩싸인 수퍼펀드의 출범 여부도 관건이다. 수퍼펀드는 참여기관들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발족이 돼도 다소 혼란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실제로 수퍼펀드 이외에는 현재의 신용경색을 잠재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르면 다음달 출범해 단기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은 다소 가라앉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신용시장 체질이 워낙 허약해진 탓에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금리 재조정 시점을 전후해서 증시에 미니 쇼크를 촉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Credit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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