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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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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눈] 금리 왜 오르나
글로벌 기준 국내채권 리스크대출자금용 은행채 발행 지속
시장 안정·수급조절 시간필요 11월 중순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단기간에 국내 금융자산들의 가치가 큰 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11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14% 이상 떨어졌고, 같은 기간 통화가치는 3.3% 내렸다. 단기간 하락 폭으로는 올해 들어 가장 크다. 게다가 6월 이후 5개월 이상 5.2~5.5% 사이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마저 직전 저점 대비 0.3%포인트 이상 올라 5.6%를 넘어섰다. 금리 상승은 채권 가치 하락을 나타내니, 결국 최근 몇 주 만에 국내 주식, 채권, 통화 가치가 동반해서 큰 폭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이번에 나타난 주식과 채권 가치의 동반 하락은 올해 들어 거의 관찰되지 않은 현상이라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주가가 떨어지면, 안정적인 채권가격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야기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위험자산을 팔고 안전자산을 사려는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위험 자산 회피 현상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은 선진국, 이머징 마켓을 막론하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며, 채권시장에서는 선진국 채권가격 상승, 이머징 마켓 채권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머징 마켓 채권 스프레드는 2005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렇게 보면 대표적인 이머징 마켓인 우리나라에서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1월 들어 21일까지 63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또한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1월 중순 이후 국채선물을 2만7000계약 이상 팔아치웠다. 주식, 채권가격 하락을 예상한 행동이다.
그런데, 국내적으로 보면 이번 채권가격 하락에 글로벌 금융시장 위험 증대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 또 하나 있다. 은행 자금사정 악화와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금리 상승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은행 자금사정 악화 때문에 국내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과 느슨한 대출 행태가 맞물려 나타난 은행들의 자금사정 악화는 이미 지난해 말 이후 꾸준하게 금리를 끌어올려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 위험이 커져 은행들의 국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의 자금 조달 문제가 국내 채권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것인가?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현상이 언제 안정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위험 회피 현상의 시발점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완화되려면 미국 주택시장이 안정돼야 하는데, 발표되는 지표들은 미국 주택시장이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져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을 보면 금리도 낮고 경제 상황도 썩 좋다고 할 수 없는 일본의 엔화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금리의 일본 자금을 이용한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가 수년간 광범위하게 퍼졌음을 감안할 때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한편, 국내적으로는 은행들의 대출 관행 변화가 관건인데, 이 역시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다른 은행보다 먼저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것은 규모 경쟁이 치열한 은행들 입장에서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또한 국내외 자금 사정이 빡빡해질수록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욕구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높은 이머징 국가의 성장률과 각국 정책당국의 안정 대책을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 와중에 높아진 금리는 수신 증가와 대출 둔화를 통해 국내 은행들의 자금사정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자금시장의 불안 역시 점차 잦아들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책당국과 시장 모두 사태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대응해야 할 시기다. 최석원/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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