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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하락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출 상위 품목들이 주로 일본과 겹쳐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환율 하락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세계 각 지역에서 한-일간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컴퓨터 등은 수출 단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들 품목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이기도 하다.
무역협회 조사(2002년)를 보면 한국과 일본의 상위 50개 수출 품목 중 중복 품목이 3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원-엔 환율 하락이 계속되자, 전세계 현지법인들로부터 특히 일본 제품의 수출 가격 동향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은 일본 제품의 점유율이 급상승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추가 하락땐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휴대전화, 반도체, 정밀기계 등 핵심부품의 일본 수입 의존도가 큰 품목은 환율 하락에 따른 부품 구입비용 감소로 어느정도 상쇄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동차, 철강 등의 경쟁 품목들은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올들어 원-엔 환율이 급격히 하락했음에도 수출은 꾸준히 늘어온 점을 들어 이제는 환율이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예전보다 크게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수출 주력품목 30여개 겹쳐 현지동향 촉각
수입의존 커질수도…‘기술 경쟁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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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동원투신운용 투자전략팀 과장은 “우리나라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이 많이 줄었고, 국내 수출 주력 품목들이 환율 변동폭을 가격 인상으로 만회할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엔 환율 하락은 직접적인 수출 실적 악화보다는 오히려 일본에 대한 부품수입 의존도가 커질 수 있는 점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 하락 추세가 장기화하면 많은 기업들은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기보단 쉽게 일본에서 수입해 쓰려 할 것”이라며 “1990년대초 일본이 엔고시대에 오히려 제품들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해 위기를 넘겼던 것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동안은 수출가격 인상으로 환율 하락분을 어느정도 흡수해 왔으나 이마저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날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이후 올해 2월까지 원-달러 환율은 월평균 11.2% 하락한 반면, 달러기준 수출가격은 월평균 10.3%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는 정부의 노력과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확보 노력이 병행돼야 국내 경제가 ‘환율 속박’에서 좀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6s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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