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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환승론 이용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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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이용자의 제2금융권 ‘대출 전환’ 도와
홍보 부족 탓 실적 부진…‘채무보증’ 방안 검토
서민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출범한 한국이지론은 지난 14일 개그맨 박준형과 광고 한 편을 찍었다. 한국이지론이 취급하는 ‘대출환승제도’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지난 19일부터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3호선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통해 나온다. 한국이지론이 연예인까지 동원해 홍보에 나선 것은 대출환승론의 지지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대출환승론은 고금리 대부업체 이용자 중 상환 실적이 양호한 고객에게 보다 싼 금리를 적용하는 제2금융권 대출로 옮겨 탈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지난해 6월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이런 대출환승제도는 폭리에 신음하는 다수의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월별 환승론 지급실적을 보면, 지난해 6월 240건에서 지난해 9월 169건으로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 12월에는 115건까지 줄어들었다. 환승론 신청 건수도 지난해 6월 702건에서 9월엔 절반 이상 줄은 302건을 기록했고, 12월엔 148건으로 추락했다.
환승론 도입 초기만해도 금감원은 적어도 10만명, 많게는 20만명에 이르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께 한국이지론은 환승론 이용 실적을 높이기 위해 대출 심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용 실적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진단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이현돈 한국이지론 이사는 “자본금이 적은 이지론으로선 금감원이 낸 보도자료나 이를 다룬 언론 보도에만 홍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때문에 대부업 이용자 절대 다수가 이지론의 존재 사실 조차 모른다”고 밝혔다. 홍보 부족 탓에 몰라서 한국이지론의 환승론을 이용하지 않는 서민들이 많다는 시각이다.
시장 환경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최고 금리를 연 66%에서 49%로 낮춘 대부업법 개정안 시행이 결정타였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대부업 최고 금리를 낮춘 뒤에는 환승론 신청자들의 30% 이상이 스스로 신청을 철회했다”며 “애초 고금리로 돈을 빌려 준 대부업체들이 앞다퉈 금리를 깎아 고객을 붙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금리 한도가 낮아진데다 환승론까지 등장하면서 영업환경이 악화된 대부업체들이 금리 인하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과 한국이지론은 환승론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서울보증보험이 환승론 잠재 고객의 채무 상환을 부분 보증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재 환승론 대상자의 채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이 50%를 보증하는 상황을 가정해 금리 인하 등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다. 보증보험이 나서면 환승론에 참여하는 2금융권 회사들이 크게 늘고 환승론의 금리도 자연스럽게 더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용 계층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홍두선 금융감독위원회 비은행감독과장은 “이달 초에 한국이지론과 서울보증보험, 금융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부분보증제 도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보증보험이 환승론 참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가계대출에 대한 보증을 섰다가 수백억원의 부실을 떠안은 경험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의 관계자는 “무작정 보증만 섰다가 이후에 부실채권이 되면 우리로서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앞으로 조성될 신용회복기금의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역할이 다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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