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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부동산 가격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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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흐름읽기
서브프라임 여파 유동성 축소·주가폭락한국 은행금리 7%대…부동산 매력 잃어 ‘어찌 이 하락이 주식만으로 끝나겠는가?’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주식시장은 꿈에 부풀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고, 기왕에 시작된 펀드 투자는 쉼없이 계속되리라고 예단한 탓이다. 당연히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얘기한 2008년 주가 3000대 진입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금 이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고, 하락하는 주가에 투자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안정이라는 단어의 뜻이 모호해서, 한 쪽에서는 이를 상승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하락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과연 새 정부가 들어서고 규제가 풀리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까? 참여정부 5년 동안 전국적으로 집값이 63.1%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과 서울 지역은 각각 75.9%와 77.3% 올랐다. 참여정부의 정책적 오류도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와 여기서 파생된 자산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이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집값이 60% 이상 오르고, 스페인과 오스트레일리아처럼 상승률이 100%에 이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유동성이 힘을 쓸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돈을 너무 풀었다가 부작용이 생겨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발생했고, 그 여파가 세계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또 돈을 푼다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니까 선진국들이 강력하게 금리를 인하하겠지만 그 강도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2001년처럼 한해에 4.75% 포인트 금리를 내리는 일이나 2003년처럼 미국이 정책 금리를 1.0% 까지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유동성을 매개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우리나라처럼 은행 특판예금 금리가 7%대에 이르면 더더욱 그럴 공산이 높다. 은행이 7% 금리를 줄 경우, 부동산이 매력을 끌려면 세금까지 감안해 8% 이상 매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은 것은 더 큰 문제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대책이 왜 통하지 않았는지를 놓고 말들이 많지만 가격 원리로 보면 통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다수가 부동산 가격이 낮다고 판단해 사면 곧바로 이익이 난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먹혀들 리가 만무한 것이다. 거꾸로 떨어질 때는 어떤 부양책도 나오는 매물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은 집 값이 너무 높아 모두가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아도, 아니 규제를 완화해도 가격이 오르기는 힘들다. 최근의 주식처럼 부동산도 이미 물건 자체가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동산 가격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지 1년이 됐다. 다른 선진국도 지난해 중반부터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우리는 땅에 대한 뿌리깊은 선호 사상을 갖고 있다는 따위의 온갖 이유를 내걸 수 있지만 가격이 방향을 정하면 이는 다 쓸데없는 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가격은 정책이 만들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가격은 오직 가격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 주식시장이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오른다? 참 꿈 같은 얘기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prov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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