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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관들의 올해 대량 주식 보유(5% 이상) 변동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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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약세장서 ‘지분 5% 이상’ 확보한 우량기업 35곳
개인들, 단기수익률 노리고 무조건 ‘따라하기’ 곤란
올해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의 헐값 매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증권선물거래소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자산운용사나 금융기관, 벤처캐피털 등이 지분을 5% 이상 늘린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17곳, 코스닥시장 18곳 등 모두 35곳에 이른다.
자산운용사 가운데 올 들어 가장 활발하게 우량기업 매수에 나선 곳은 한국밸류자산운용이다. 가치투자를 앞세우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지분을 5% 이상 사들인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경농(5.1%), 디피아이홀딩스(5.34%), 방림(6.67%), 조선내화(5.54%) 등 9곳에 이르며, 코스닥에서는 우주일렉트로닉스(7.9%) 한 곳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익률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우량기업 주식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분을 5% 이상 신규 취득한 기업은 외국 여행 급증의 최대 수혜주인 대한항공(8.04%)과 인수·합병 테마주로 떠오른 현대건설(5.78%)이다. 케이티비자산운용도 시공테크(8.08%)와 다윈텍(6.76%)의 지분을 새로 확보했다.
이 밖에 신영투자신탁운용이 동일방직과 호성케멕스 지분을 각각 7.41%, 5.02% 확보했으며, 삼성투자신탁운용은 삼정피앤에이의 지분을 5.7% 확보했다.
최근 기관들이 집중적으로 지분을 늘린 종목들은 대부분 기업의 재무상태가 좋은 중소형주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지분 확보가 쉽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자, 일부 기관들이 앞다퉈 지분 늘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인 수익률을 생각하는 기관으로서도, 최근 약세장은 지난해 주가 급등으로 사지 못했던 기업의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용균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들어 하락장에서 기관들이 선호한 종목들 대부분은 기업가치가 우량한 가치주들”라며 “기관들이 전종목을 대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다기보다는 가치주를 중심으로 한 일부 종목의 헐값 매입(바겐 헌팅)에 들어갔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관들이 지분을 늘리는 종목은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선택한 기업인 만큼 일반 투자자들이 절대적인 투자지침으로 삼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가들이 일정 지분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종목이 우량기업인 것은 확실하지만,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기관들이 많이 사들인다고 해서 단기간에 주가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기관들의 지분율은 투자기업을 선택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펀드 등 간접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의 시장 참여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증권거래소 집계로, 기관투자가가 5% 이상 대량으로 주식을 보유한 법인 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2007년 한햇동안 각각 6.3%, 13.1% 증가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202사(전체의 30%), 코스닥시장에서 164사(전체의 17%)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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