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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매판매 호조에 세계증시 동반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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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안녕하신가” 미국에 울고 웃는 주가
꽁꽁 얼어붙었던 주식시장에 오래간만에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14일 코스피지수는 65.67(4.02%)이나 급등한 1697.45로 장을 마감하면서 17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상승률로는 지난해 11월26일 기록한 4.65% 이후 최대치다. 이날 다른 아시아 국가 증시도 전날 미국 증시의 상승에 힘입어 일제히 올랐다. 특히 일본 닛케이지수가 4.27% 급등하면서 6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대만의 자취안지수(4.17%), 홍콩 H지수(4.65%) 등 주요 시장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예상밖 소비지출 증가로 경기 연착륙 기대감다음주 주택지수 발표 ‘긴장’…변동성 커질듯 이날 증시 반등의 공신은 미국과 일본의 거시경제 지표였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발표한 1월 소매판매는 전달에 견줘 0.3% 늘어났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0.3%)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0.4% 감소해 주택금융부실(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가 소비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소매판매는 미국 개인소비지출의 향방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미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를 우려를 줄이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오태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양호한 소매판매 덕에 미국 경기에 대한 시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며 “뉴욕 현지에서도 지난 3주 전에 비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전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아시아 증시를 달궜다. 지난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은 예상치의 두 배를 뛰어넘는 3.7%(연율 기준)를 기록했다. 일본의 이런 경제성장은 미국의 경제 침체로 다소 수출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아시아 신흥시장의 급성장이 그 공백을 어느 정도 채워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경기 부양책 등으로 이번 반등이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소매판매에서는 주유소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최근의 유가상승으로 이들 업체의 매출액이 늘면서 지표 개선에 영향을 줬다”며 “유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소비심리가 되살아났다고 단정하기는 힘든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 성장세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신흥국만으로 성장을 이어가기는 힘들다”며 “최근 급락 탓에 주식시장이 기술적 반등을 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양호한 지표가 나와 급반등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다음주에 미국의 주택경기 지표 발표를 비롯해 유럽 금융기관들의 실적 발표 등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지표 발표가 대기 중인 만큼 또다른 변동성 장세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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