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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선행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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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흐름읽기
3차는 일시적 원인 아닌 경기둔화 탓…급반등 힘들수도시장주도주 ‘대형주→소형주’ 변화 ‘포트폴리오 점검’을 지난해 7월 이후 주가는 두 차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첫 번째는 지난해 7~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이었다. 이벤트가 하락 요인이었던 만큼 주가가 빠르게 움직여 거래일수 16일 만에 18% 가까이 하락했다. 이후 두 달 만에 재차 27.3% 정도 상승했다. 두 번째 하락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다. 신용 경색과 경기 둔화가 혼합된 시기였다. 처음에는 시장이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라 어떤 금융기관이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에 주목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서브프라임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대두됐다. 2월 한 달을 쉰 주식시장은 이제 3라운드를 향해 가고 있다. 만일 세 번째 하락이 나타난다면 이는 경기 둔화가 주요인이 될 것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지금이 경기 둔화 초기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둔화를 부인할 처지는 아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은 경기가 안정된 가운데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2004년이나 2006년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 선행지수의 경우 올해 1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비를 비교하면, 2007년 8월 이후 고점에서 횡보하다 올 들어 본격 하락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밑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와 금리 같은 가격 변수가 불리하게 움직였고, 올해 선진국 경기가 좋지 못할 것을 감안하면 부담이 된다. 국내 경기가 본격 둔화될 경우 회복은 내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는 경기 둔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얘기다. 만일 지금이 둔화 초기라면 주가는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서브프라임 같은 이벤트에 의해 움직일 경우 상승도 하락도 빠르게 끝난다. 반면, 경기가 시장을 지배하면 하락 폭이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진행된다. 이벤트에 의한 하락은 뚜렷한 이유라도 있지만, 경기 둔화에 의한 하락은 표면상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요인이 덧붙여지면 저점도 조금씩 낮아진다. 1차 하락 때 저점이 1600대 후반이었다면 두 번째는 1500대 후반, 세 번째 하락은 1500대 초중반 이런 식이 될 것이다. 세 번째 하락이 나타난 뒤에는 주가가 급반등하기 힘들다. 경기가 시장의 근본을 형성하는 요인이어서 빠르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주가가 일정 기간 휴식기를 가지면서 저점 부근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의 에너지가 떨어짐에 따라 시장을 끌고 가는 종목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바뀔 것으로 판단된다. 연초 이후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현저히 둔화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식형 펀드 잔고가 130조원대에 머물러 있는데, 기존에 유입됐던 자금들은 이미 포트폴리오로 구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신규 유입 자금이 줄어드는 점은 대형주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 점은 매력적이다. 중소형주 업종 지수는 지난해 고점 이후 25% 가량, 종목별로 상당수 종목은 50% 가까이 하락했다. 과거 전례를 보더라도 오랜 상승이 끝난 뒤 조정 기간 동안 중소형주가 상승했던 경우가 많다. 중소형주를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된 만큼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prov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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