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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농가 취업자수 추이와 경기침체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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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농업 고용 6만명 급감 ‘경기침체’ 확실시
중 무역 흑자 64% 감소…전망치 ‘3분의 1’ 수준
코스피 2.33% 급락…올 저점 1570선 시험대에
10일 국내 주식시장은 이중 악재에 시달렸다. 미국의 2월 고용지표 악화에다 중국의 무역수지 악화 소식까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38.80(2.33%) 하락한 1625.17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가 1630을 밑돈 것은 지난 1월31일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함께 추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96% 하락한 것을 비롯해 대만 자취안지수(-2.72%), 상하이종합지수(-3.59%) 등도 크게 떨어졌다.
장 초반 하락을 이끈 것은 미국발 ‘고용 충격’이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앞달에 비해 6만3000명 줄었다. 이는 애초 2만5000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치에 못미치는데다, 2003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어서 시장의 충격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고용지표도 기존 발표치보다 대폭 감소한 것으로 수정 발표됐다.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성장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고용 지표를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1960년대 이후 고용이 2개월 연속 감소할 때마다 100%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갔다”며 “1월에 이어 2월에도 고용이 줄면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 진입 여부 논쟁은 마침표를 찍었다”고 분석했다.
고용 악화는 소비 감소뿐만 아니라 대출금 연체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의 신경을 더 날카롭게 하고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는 금리 상승으로 연체율이 늘었다면 이제는 줄어든 소득 때문에 연체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연체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금융기관의 추가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8일(현지시각) 금리인하 폭을 0.75%포인트까지 높일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런 조처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이미 예상된 것이기 때문에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인플레이션 부담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오후에 발표된 2월 중국의 무역수지 규모는 주식시장의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 이날 중국 정부는 2월 무역흑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64% 준 85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흑자 규모 220억~240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미국의 수요 감소 등이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악재가 겹치면서 향후 증시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신용위기 확산과 소비 및 경제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 악화 탓에 증시가 아직도 혼란을 겪고 있다”며 “향후 각종 변수로 말미암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자칫 지난 1월 기록한 1570대의 저점이 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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