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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마리카 CDX 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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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 결국 자금 수혈…손실 갈수록 눈덩이
금리인하폭 확대 가능성…코스피 추가하락 우려
‘악화되는 신용위기, 백약이 무효인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뉴욕 증권시장의 다우존스 지수는 194.65(1.60%) 하락한 11951.09로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지수도 각각 2.26%, 2.08% 급락했다. 시장은 미국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제이피모건체이스로부터 긴급자금을 수혈받는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 주 미국 금융당국이 내놨던 2천억달러 유동성 공급조처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대형투자은행 손실 규모의 끝이 보인다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희망섞인 전망은 빛이 바랬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용위기의 전염’ 공포가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우량채권들의 자산가치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이렇게 신용경색 상태가 더 진행되면, 투자은행들의 손실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파산위기설에 휩싸였던 칼라일캐피털과 베어스턴스 같은 사례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부도위험을 나타내는 대표적 국제 지수인 CDX, iTraxx 지수가 최근 지난해 여름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며 “최근 미 연준의 유동성 확대 조처 이후로 지수가 소폭의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한파가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 자체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다, 신용경색 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시장의 하락세를 돌릴만한 호재를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며 “3월 중에 코스피가 15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에는 증시와 관련한 중요 일정이 몰려 있어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에는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다. 애초 예상으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3.0%)를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로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금리인하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융당국의 금리인하는 최근 약달러와 상품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이라며 “이번 회의에서도 연준이 신용경색 완화에 더 큰 무게를 둔다면, 유가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라더스, 골드만삭스(18일), 모건스탠리(19일), 베어스턴스(20일) 등의 실적발표도 관심거리다. 이들 기관의 손실 정도는 신용위기의 확산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투자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순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불안해 지면서 각종 뉴스와 루머에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매일매일의 주가지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구체적인 경제지표 등을 보면서 시장상황을 차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미국 4분기 경상수지를 비롯해 전미주택건설협회 주택지수, 신규주택착공건수 등의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윤은숙 양선아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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