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19 20:27
수정 : 2008.03.19 20:27
투기자본 몰리며 시장 ‘과열’…경기변수 주목
미국의 금리 인하 효과로 원자재 시장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내리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3.5% 오른 배럴당 109.42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4월물 금 가격도 전날보다 온스당 1.70달러(0.2%) 상승한 102.60달러에 마감됐다.
원자재 시장은 올초부터 ‘나홀로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원유, 금, 곡물 등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 펀드의 수익률도 치솟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SH골드파생상품 1-C’ 펀드의 연초부터 이번달 19일까지의 수익률은 20.31%다. 곡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C-A)’ 과 여러개의 상품에 동시에 투자하는 ‘우리코머디티인덱스플러스파생 1클래스 C1’ 펀드는 연초보다 각각 11.61%, 9.74% 올랐다. 같은 기간 국외주식형 펀드가 평균적으로 -22.62%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던 것에 견주면, 매우 양호한 성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원자재 시장의 오름세가 지나치게 가파른 만큼 단기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이터-제프리 씨아르비 상품지수’는 지난 2월초부터 최근 보름 동안 무려 11.09% 상승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초까지 8개월 간의 상승률이 8.2%인 것을 감안하면, 무서운 상승세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증가가 원자재 가격을 이끌고는 있지만, 최근 급등은 갈 곳 없는 투기자금이 몰려들면서 생긴 것”이라며 “이처럼 과열된 상황에서는 언제든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7일에는 주가와 채권이 급락하자, 하락 손실분을 메우기 위한 이익실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상품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날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는 하룻동안 4.1% 떨어지면서, 17년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으며, 밀(-5%) 옥수수(-3.6%) 등 곡물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26개 상품가격으로 이뤄진 유비에스블룸버그 상품지수는 4.4% 떨어지면서, 도입이후 최고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상품가격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5월이나 6월 정도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금융당국의 금리인하가 마무리되면 최근의 상품가격 급등세는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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