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3 22:08
수정 : 2008.04.13 22:08
|
시중은행, 서민금융시장 진출 현황
|
연 20~30% 금리 소액신용대출 상품 잇따라 내놔
“경기 나쁜데 대출창구 넓히면 채무자 양산할수도”
시중은행들의 서민금융시장 진출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대마진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정부도 앞장서 은행의 서민금융시장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은행들이 싼 이자를 주고 끌어모은 예금으로 고리대금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시중은행은 이미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했거나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이 가장 발빠르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을 통해 ´미니론’이란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최고 300만원 한도에 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연 13~37%가 적용된다. 우리금융그룹도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을 통해 이르면 5월부터 연 20%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13일 서민금융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회사는 오는 6월부터 자회사인 기은캐피탈을 통해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영세 중소기업 직원과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평균 연 20% 금리로 최고 500만원까지 대출하는 상품을 개발 중이다. 에스시(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에스시그룹은 최근 예아름상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아직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는 국민은행도 서민금융시장 진출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시기와 방법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은행권에선 강정원 행장의 의지를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행장은 지난해 “저신용 고객들을 담당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이 밝힌 소액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는 연 20~30% 수준이다. 제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저축은행들의 대출 금리(30%대 후반)보다 10%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법정 최고 금리가 49%로 제한받는 대부업체들의 대출 금리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서민금융시장 내에서 금융회사 간 경쟁이 활성화되면, 금리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은행들에게 서민금융시장 진출을 독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은행의 서민금융시장 진출이 서민에게 희망이 될지는 미지수다. 내수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창구만 넓어지면,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만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과거 신용카드 사태에서 경험할만큼 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시중은행의 건전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송훈 국민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1980년대 후반에 일본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소액대출을 위한 여신심사와 다중채무자에 대한 정보관리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들도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저신용층에 대한 신용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밖에 4~5% 수준의 저금리로 예금을 받아, 20~30%의 고금리 대출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은행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