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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형펀드 자금 유출입 현황과 투신권 실질 순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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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익실현’ 펀드자금 유출 본격화로 추가상승 난항
미 경기침체·물가상승도 ‘박스권 지속’ 변수 될 듯
가파르게 올랐던 주식시장이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3월17일 1574.77까지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는 보름 만인 이달 7일 1773.56을 기록하면서 1700대 후반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 뒤 나흘 간 6.15(0.35%) 오르는 데 그치면서 횡보 장세를 보였다. 미국의 신용위기가 최악을 통과했다는 안도감 덕에 투자심리가 어느 정도 살아나기는 했지만, 수급 문제와 경기 불확실성 탓에 주식시장이 한동안 박스권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수급=우선 수급 상황이 좋지 않다. 지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 시작됐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4일에는 무려 214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출됐는데, 이는 일일 증감액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대략 3개월 만에 코스피지수가 1750선 회복에 나서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환매에 나선 것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펀드에서 돈이 나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한동안 주식시장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가지수가 1850까지 치고 올라가면서 본격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1700후반에서 1800선 사이에서 펀드 자금 유입 둔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투신권의 매수 여력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의 큰손 중 하나인 투신권의 돈이 마르면, 주식시장의 상승 여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투신권은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올 때만 적극적으로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펀드 자금이 나가는 것과는 달리, 개인들의 주식 시장에 직접투자하는 고객 예탁금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8일 기준으로 고객예탁금이 7거래일째 증가해 10조513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객예탁금은 단기 자금일 뿐만 아니라, 그 규모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수의 추가 상승을 이끄는 축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변수=앞으로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실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기업의 1분기 이익 증가율은 -11.3%로 전망된다. 이는 주로 금융 부분의 이익 감소(-55.6%)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던 비금융 부분의 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는 곧 미국의 경기침체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신용위기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기침체 정도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팽팽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나라 3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8%에 도달했으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마진 축소 우려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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