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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1 18:26 수정 : 2005.04.21 18:26

“미착금 잔액 과대계상” 공시
돈행방 물음표에 “오류일뿐”

대한항공이 700억원이 넘는 가공 자산을 만들어 회계 처리해온 사실이 드러나 돈의 행방을 놓고 의혹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2003년 말 대차대조표상 재고자산 항목 가운데 하나인 미착품 잔액 880억원 중 719억원이 과대 계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477억원을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전기 오류수정으로 바로잡았으며, 나머지 242억원을 올 1분기 보고서에서 수정할 예정이다.

미착품이란 돈을 먼저 지급하고 주문한 상품이 외국 회사를 출발했지만 아직 국내로 반입되지 않아 수송 중에 있는 물품으로 재고자산 가운데 한 항목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한항공의 미착품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부품이 아니라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자산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몇 년에 걸쳐 장기간 미착품 계정을 과대 계상해온 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착품은 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물품이기 때문에 한달 안팎의 기간 안에 회계 처리되며, 아무리 길어도 3개월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5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미착품 규모를 과대 계상해왔다. 이에 따라 미착품의 대가로 지급된 돈의 행방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착품 계정은 과거 대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정치자금을 마련할 때 회삿돈을 빼돌리고 빈 돈을 메우기 위해 사용된 경우가 많아 궁금증을 더해 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현대상선은 존재하지 않는 선박을 근거로, 하이닉스반도체는 가공의 기계설비를 근거로 돈을 빼돌린 경우가 있었다”며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회계처리 오류와 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 모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재고자산관리시스템과 회계처리시스템이 달라 발생한 단순한 오류”라고 해명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번 회계 오류 수정은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를 증권집단소송 대상에서 2년 동안 제외하고 회계감리도 면제해주기로 한 이후 사실상 처음 공개된 것이어서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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