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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2 22:39 수정 : 2008.05.13 18:29

월 평균 원화 환율 추이

환율올라 국제유가·원자재값 급등 상쇄
물가상승·내수침체로 가계는 더 힘들듯

KDI, 성장률 4.8% 하향전망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내놓은 ‘경제전망’은 강만수 경제팀이 끌고가는 경제정책 방향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한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있음에도 성장률 수치는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대신, 물가 급등과 내수 침체로 가계는 큰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게 이번 수정 전망의 핵심 내용이다. 진정한 경제살리기와는 아주 거리가 먼 내용이다. 이런 결과를 가져올 지렛대는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이다.

연구원이 경제전망을 바꾼 배경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값 급등이다.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오른 국제유가는 우리 경제에 올해 200억 달러의 추가부담을 지운다. 그만큼 실질구매력이 줄어든다. 그 짐을 기업과 가계, 정부가 이윤, 실질소득, 조세 수입에서 어떻게 나눠질 것이냐를 결정하는 게 정부정책이다.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후퇴에 따른 세계경기 하강이 우리나라 수출에 끼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경기 후퇴가 수입 수요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건설투자 위축 등에서 비롯한 까닭이다.

연구원의 경제전망을 크게 바꾸게 한 핵심요소는 새 정부 들어 급등한 환율이다. 환율 급등은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연구원은 환율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 들어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수출증대를 통한 성장률 제고를 바라는 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는 까닭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환율 상승은 수출을 늘리고 내수를 위축시키지만 전체로 보면 경기를 부양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이유에 대해 ‘대외 균형’, 즉 경상수지 균형이 제일목표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환율 상승 폭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확대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다.

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품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는 애초 전망했던 9.7%에서 10.1%로 소폭 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18.4%로 애초 전망치 10.9%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다. 제조업체 수출 대기업이 급등한 환율 덕택에 큰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혜가 중소기업으로까지는 퍼질 것 같지는 않다. 대기업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두자릿수로 늘었으나, 중소기업의 생산 증가율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도 감세로 일부 짐을 나눠지지만, 그 밖의 짐은 가계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연구원은 원자재값 상승에 환율 급등까지 겹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에 전망했던 2.8%를 크게 웃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3%로 둔화될 뿐 아니라 설비투자도 증가율이 2.4%로 떨어지면 일자리 문제는 심각해진다. 수출보다는 소비와 투자가 고용에 훨씬 큰 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하지만, 연구원의 이번 전망조차도 상황을 좋게 본 것일 수 있다. 수정 전망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원-달러 환율을 지난 3월말의 980원으로 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름값은 더 올랐고, 환율은 지금 달러당 1040원대에 이른다. 이대로 가면 연구원의 전망보다 물가는 더 오르고 내수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물가를 완전히 희생시키고,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림으로써 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통화당국에 짐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KDI “금리인하·추경 바람직안해”

‘경기부양책’ 부정적…“물가압력 커져 거시경제 부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4.8%에 이를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수정 경제전망은 그 자체로 공격적인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부정한 것이다. 연구원은 “물가 급등으로 통화정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연구원은 “(원자재값 상승이라는) 비용 측면의 물가압력이 수요측 요인과 맞물리면서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상승시킬 경우 중기적인 거시경제 안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억제를 위해 통화당국의 물가 안정 의지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확고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급변하는 대외여건 충격을 환율이 신축적으로 흡수해, 독립적 통화정책의 여지를 확보해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금은 금리를 내릴 때도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금리를 내리라고 주문해서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올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실질구매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내수둔화는 불가피하다”며 “경기부양은 중기 물가안정 목표(3.0±0.5%)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내수둔화를 일부 완충하는 정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동철 선임연구위원은 “성장률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낮춰야 한다”며 “재정 여유는 단기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추경)에 쓰기보다는 효과가 완만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감세에 쓰는 게 더 바람직해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는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이 금융기관 신용위험 확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감독을 지속·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세계 금융시장 경색으로 금융권의 외화차입 비용이 커졌지만,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외화유동성 지원은 자제해야 한다”며, “지원할 경우엔 충분한 가산금리를 적용하라”고 주문했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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