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주가지수와 유가 추이
|
고유가·물가상승·높은 실업률도 ‘벽’
이종우의 흐름읽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털어 놓으라 한다면 십중팔구 이 말을 할 것이다. ‘모든 것이 그린스펀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금리를 1%까지 내리는 극단적인 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를 유동성 홍수에 빠뜨리지 않았다면 최소한 투기적 수요로 말미암은 유가 상승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주식시장이 고유가 벽에 부딪쳤다. 사실 유가 상승을 보는 관점은 시시각각 변해 왔다. 배럴당 40달러 시절에는 세계 2위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이라크가 공급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 했고, 60달러를 넘은 후에는 투기 자본이 집중적으로 매를 맞았다. 100달러를 넘자 이런 얘기는 쏙 들어가고 수급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주가를 판단하려면 유가가 갑자기 시장에 화두로 부상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른 점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코스피지수가 1900까지 반등하면서 주가 자체에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으로 시장이 조그만 악재에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고 유가가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유가 안정=주가 상승’이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시장이 안정을 찾으려면 경제 상황이 개선되어 주식시장의 저변이 튼튼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가는 가격 상승 자체보다 소비 둔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국내외 모두 소비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다. 소비가 늘어나려면 소득이 양호하든지, 저축이 많든지, 자산 가격이 오르든지 해서 소비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해 줘야 한다. 현재는 이 세 가지 모두가 만만치 않다. 자산 가격 상승을 통한 소비가 이루어지려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이 올라야 하는데 1년 내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렇게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는 실질 소득 감소로 연결되어 소비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
이종우의 흐름읽기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