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5 22:20
수정 : 2008.06.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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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선행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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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확산·금리인상 조짐…주가 상승요인 약해
이종우의 흐름읽기/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 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철저한 준비. 일본 장수 와키자카는 조선 수군이 화포를 장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용해 포탄 세례를 한 번 받더라도 공격한다는 전략을 세운다. 이순신 장군은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배를 회전시키는 훈련을 했다. 또 하나는 철저히 이기는 전투를 했다는 점. 전략은 물론 때와 장소까지 조선 수군이 유리한 곳을 택했고 이런 여러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상황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어떻게 하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얻은 결론은 ‘가능한 한 유리한 판에 뛰어든다’는 평범한 사실이었다. 상황이 불리하거나 최소한 유리하지 않을 경우 한 발 뒤로 물러나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확신 없이 뛰어드는 것보다 작은 이익을 내더라도 확신이 드는 시점을 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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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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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유리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일까? 우선 시장의 근간을 만들고 있는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다. 국내외 경기가 둔화되는가 하면 십 몇년 만에 처음 인플레(고물가)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가뜩이나 쓸 돈이 없어 허덕이고 있는 소비자 처지에서는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도 만만치 않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투기 자본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 때문이다, 말들이 많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신흥 국가)가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가가 정점을 기록한다 해도 하락에 한계가 있다. 잘해야 100~120달러 사이에서 머물 텐데 결국 고유가를 비롯한 인플레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주가가 낮은 것도 아니다.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1800 밑으로 내려왔지만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다. 현재 주가는 후하게 평가하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상태다. 상승 요인도 약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금융 완화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큰 폭으로 낮췄고, 돈도 많이 풀었다. 돈을 푸는 과정도 정책적인 검증 여부에 관계없이 과감했다. 이런 정책 덕분에 유동성 확대가 다시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감이 퍼졌고 주가 반등으로 현실화됐었다. 이제 이 구도가 약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서 이르면 다음달에 유럽연합(EU)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지난 몇 년간 투자자들은 항상 유리한 패를 쥐고 있었다. 경제 상황이 좋았고, 주가도 낮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황이 바뀐 지금까지 유리한 패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다는 점인데 이런 환상 때문에 주가가 조금만 떨어지면 더없이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주식투자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당장 눈앞에서 현실화될 것 같은 욕심을 참고 더 유리한 패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듯한 시절이다.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hmc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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