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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모양처’ 유행타고 책·강좌 등 우후죽순
대박심리 조장해 부동산·펀드 피해 줄이어
요즘 주부들한테는 재테크가 자녀 교육 만큼이나 중요한 관심거리다. 직장생활에 바쁜 남편을 대신해 ‘강남 복부인’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돈을 굴려야 제대로 대접을 받을 것 같은 분위기다. 일부 ‘뛰어난 주부’의 성공담이 알려지면서, 남편들이 “당신은 뭐 안 해?”라며 은근히 압박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현모양처 대신 ‘쩐모양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여성용 재테크 책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이런 세태의 반영이다. 한 인터넷 서점의 상위 재테크 서적 40개 가운데 <20대 여자의 …> <서른 살 여자의 …> 등 여성만을 목표로 출간된 책이 5권이나 된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여성들을 겨냥한 재테크 강의가 대인기다. 10회 강의에 수강료가 5만~10만원에 이르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여성용 재테크 강의 프로그램이나 서적 가운데는 부동산 관련 내용이 유독 많다. ㄹ백화점의 ‘MB시대, 신부동산 투자전략’ 같은 게 한 예다. 재테크 초보자인 주부들한테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부동산 강의 뒤 “개발예정지로 유망하다”는 유명 강사 ㄱ씨의 말을 좇아 경기도 지역 땅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개발 전망이 없고 팔리지도 않아 돈이 묶여버린 주부가 강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사례도 있다. 강사와 토지 소유주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고, 거짓 개발정보를 흘렸다는 게 투자자 쪽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금해야 할 것은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일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와 베트남 쪽 투자를 권하는 강사들이 많았고, 이에 맞춰 딴 데서 돈을 끌어다 넣고 지금 애를 태우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현대·롯데백화점 등의 강의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는 미래에셋생명 여운봉 스타타워지점장은 “주부들 가운데 일부는 강의 한번 듣고 바로 행동에 돌입하는 경우가 있다”며 “소문이나 부동산중개업자 등이 제공하는 ‘뉴스’만 믿고 바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주부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개미 투자자’밖에 될 수 없고, ‘정보와 실탄’으로 무장한 부자들의 재테크를 흉내내다간 쪽박 차기 십상이라고 투자 상담가들은 지적한다. 경제교육 업체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는 “불로소득을 뒤쫓아다닐 게 아니라 효과적인 저축과 합리적인 소비 등 기본에 충실한 가계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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