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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3 18:09 수정 : 2008.07.03 18:09

대부분 주6일 근무…공장지역 은행 없어
“무계획적 지출·송금이 불법체류로 이어져”

네팔인 푼(37·가명)은 올해로 6년째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처음 3년은 합법적 신분이었다가, 지금은 불법체류자로 쫓겨다닌다.

월급을 받으면 약간의 자기 생활비를 빼고는 모두 본국에 보냈던 푼은 지난 2006년, 이주 노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남아 있는 돈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저축 개념이 없는 가족들이 돈이 들어오면 그대로 다 써버렸던 것이다. 푼은 빚을 얻어 관광비자로 한국에 다시 들어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터로 나서야 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합법적인 노동기간 3년을 마친 뒤에도 다수가 불법체류자로 남거나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떠나는 현실에는 ‘저축 부족’이 상당한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들은 파악하고 있다.

의정부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소장 차용호)가 지난달부터 의정부, 남양주, 포천 등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자발적 귀환을 위한 의식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지원센터 실무자 류지호씨는 “한국 땅에서 상대적으로 고액의 수입(월 100만원 안팎)을 올리지만 무계획적인 지출이나 송금 탓에 결국 불법체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 씀씀이를 절제하면서 저축을 해야 한다는 점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 대상의 재무교육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는 경제교육 업체 에듀머니 쪽은 2시간 교육프로그램의 초점을 재무목표 세우기와 저축 방법 쪽에 맞추고 있다.

전국 40개 외국인노동자 관련 단체들의 협의체인 ‘외국인노동자운동협의회’(외노협)는 이런 차원의 교육 필요성을 일찍부터 절감하고 지난 2005년부터 ‘미래 준비가 필요하니 저축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의식교육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저축을 거의 하지 못하는 현실은 이들에게 무심한 국내 금융 현실도 한 몫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주6일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은행 갈 시간이 없다. 저축이 안 되니, 돈 관리를 본국에 맡길 수밖에 없다. 특히 의정부, 포천 등 경기 북부지역의 공장들이 외진 곳에 흩어져 있어 시내 은행에 가려면 반 나절 이상 걸린다. 은행을 거의 이용할 수 없는 처지다. 서울과 안산 등에 일부 은행들이 출장소를 내거나 일요일 영업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노동자들한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요일 개점을 하고 있는 외환은행 일부 지점의 경우도 송금업무만 할 뿐 저축을 받아주진 않는다.

외노협 사무처 신성은 간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래의 꿈을 안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기 위해 저축 장려는 꼭 필요하다”며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외국인 밀집지역에 은행이 문을 열어 저축상품 안내와 저축계좌 개설 업무 등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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