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6 18:48
수정 : 2008.07.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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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운용의 상품별 구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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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위험 패니메이·프레디맥에 380억달러 투자
전체 15% 규모 “미국 경제 불안…비중 줄였어야”
한은 “모두 최우량기관…부실 빠질 가능성 낮아”
부실 위험에 빠져있는 미국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한국은행이 38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보유액 운용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화에 대한 투자 비중을 좀 더 줄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6일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투자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느 나라의 중앙은행도 구체적인 투자 내역을 밝힌 사례가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금융권에선 수년간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 방식을 고려했을 때 380억 달러 정도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투자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6월말 현재 외환보유액 2581억원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한은은 미국의 두 모기지 업체에 투자한 채권이 부실해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보증하고 있는데다, 두 기관 모두 에이에이에이(AAA)급 최우량기관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또 이 기관의 발행채권 금리가 최근 2년 동안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등 안정성에도 문제 없다고 한은은 설명한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패니메이, 프레디맥 채권 등)정부 기관채도 상당히 안전한 자산이기 때문에 (투자한 사실)그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당장 손실 가능성은 낮더라도 이번을 계기로 외환보유액 운용 방식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도 나온다. 신민영 엘지(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세계적으로도 최근 7~8년간 외환보유액의 달러화 자산 비중이 10%포인트 정도 줄고 유로화와 파운드화 비중이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달러화 비중이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그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환보유액 운용 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투자회사인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1조원 가량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사실은 이런 지적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올해 초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메릴린치 주가가 바닥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거액을 투자했지만, 메릴린치 주가는 16일 현재 당시보다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섣부른 투자로 외환보유액만 축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1천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외화자산을 운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며 “그동안 한은은 오히려 자산의 안전 운용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펴왔다”고 반박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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