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7 20:55
수정 : 2008.08.2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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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주 주가와 원-달러 환율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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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LGD 등 주가 하락세
세계적 경기둔화가 원인…“투자 신중해야”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지(LG)디스플레이 등 대표적인 수출 관련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던 사정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둔화가 유럽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수출 기업의 이익 전망이 나빠지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는다.
대표적 수출주인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7거래일만 빼고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80선을 돌파한 지난 25일 4천원 상승해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를 입는 듯 했으나 곧바로 연이틀 내리 3만원이나 빠져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해 7.63% 올랐지만,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는 거꾸로 6.03%나 떨어졌다. 엘지디스플레이나, 하이닉스 등 다른 수출주 움직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만큼 관련 주가에 호재로 받아들여져 왔다. 실제 지난 3~5월 3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힘입어 9.7% 급등하는 동안, 수출주의 주가 상승률은 15.4%에 이르렀다. 이 기간 동안 시장 평균 수익률은 8.2%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환율과 수출주의 상관관계가 매우 밀접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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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올라도…” 수출주 맥 못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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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환율 효과가 사라진 일의 가장 큰 원인을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서 찾는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내수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들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보였던 유럽 경기마저 둔화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형성되고 있다”며 “경기 둔화 우려가 환율 상승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율이 오르면 바로 수출주의 목표 주가를 올려잡던 증권사들도 요즘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미국계 금융회사인 메릴린치증권은 지난 25일 삼성전자 주가 목표치를 종전 82만원에서 8.5%나 깎은 75만원으로 조정했다. 나머지 국내외 증권사들도 비슷한 시기에 목표주가를 동결하거나 하향 조정했다. 장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수출 업종인 전기전자 부문의 이익 전망치를 9주 연속 하향조정했다”며 “당분간은 수출주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국내 증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전체 경제에서 수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일본 증시도 환율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최근 3개월간 4.94% 정도 떨어졌지만(엔-달러 환율 상승), 같은 기간 동안 일본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지수는 11.51%나 하락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 일본 증시는 환율 변동과 거의 동일한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최근 3개월 동안은 이런 동조 현상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엔화 약세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기업의 수익이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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