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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02 17:33 수정 : 2008.09.02 17:33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일 환율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발언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 총재가 민감한 시점에 예민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은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당연한 현상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주목받은 이 총재 발언

이 총재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서 언급한 내용중 주목받은 것은 환율과 금리에 관련된 부분이다.

이 총재는 "환율, 주가 변동이 상당히 클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당한 정도의 가격변동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며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파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환율은 상당기간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외채 문제와 환율 문제는 표리 관계여서 환율상승 압력이 당분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을 어느정도 받아줘야 한다는 의견은 그동안 한은이 지켜왔던 기본 입장이다. 환율 움직임을 당국이 가로막으면 오히려 환율의 방향성을 만들어내고 이는 투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환율이 상당기간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공식입장을 내놨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언제 해소될지 정확히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환율이 당분간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민성기 한은 공보실장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있다는 것은 전날 환율이 올랐던 이유를 설명한 것이지, 앞으로의 전망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금리 수준에 대해서도 "약간의 긴장이 있어야 금융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그 정도 수준이 어디인가를 생각하면서 정책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적당한 긴장 정도가 어디인지를 유념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 역시 경기상황 등을 감안해 정책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이라는 것이 민 실장의 설명이다.

◇ 외환시장 혼란 부추겼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 총재의 발언이 이날 환율 급등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의 발언이 최근 환율 급등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달러 매수세 확산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외신들도 한은 총재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시장이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이어서 정책 당국자는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렇지않아도 시장 심리가 환율 상승 쪽으로 과도하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원화값 절하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시각이다.

이날 환율 급등의 상당부분은 이 총재가 아니라 정부측이 기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오전 9시30분께 시장에 알려졌으나 환율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감 직전에 갑자기 상승했다.

이는 개장 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정부가 마감 직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급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심리적 쏠림현상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 "정부의 대응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말라"며 시장에 경계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장 막판까지 매도개입이 이뤄지지 않자 개입 가능성을 믿고 달러 선매도에 나섰던 은행들이 손절매수에 나서면서 환율 급등을 초래했다.

다른 은행 딜러는 "은행들의 외환 포지션을 꿰뚫고 있는 정부가 개입에 나서지 않으면서 은행과 수입업체의 손절매수가 되풀이됐다"며 "개장 전 발언을 하지 말거나 장 막판 속도조절을 통해 시장 패닉(심리적 공황)을 방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근영 최현석 기자 keunyo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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