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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미국발 금융 위기에 대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안경을 벗은 뒤 눈을 비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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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스톡옵션 신고 않고 포기도 않아” 질타
산은 “재산 신고·주식포기각서도 제출” 해명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17일 긴급히 열린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의 국회 현안 보고에서는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했던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가 도마에 올랐다.
오전에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에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산은이 며칠도 못 내다보고 곧 파산할 리먼을 인수하려고 추진했던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인데도 민유성 산은 총재는 한국 금융의 힘을 과시했다는 둥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게다가 민 총재는 리먼 서울지점장 출신으로 ‘리먼 패밀리’로 볼 수 있는데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지 않는지 의심이 간다”고 몰아붙였다. 이어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민 총재는 리먼에서 향후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는데도 공개된 재산신고엔 ‘리먼브러더스 증권 보유량을 ‘0주’라고 적었고 특수관계 회사와 자신의 스톡옵션 가치를 높이는 거래를 시도했다”며 “허위 재산신고뿐 아니라 산은 총재로 취임할 때부터 아예 스톡옵션을 포기하지 않아 이해상충을 일으켰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 이는 해임 대상이 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또한 보도자료를 내 “민 총재는 리먼과의 협상이 성공하면 자신의 스톡옵션을 포기하겠다고 각서를 썼다고 했지만, 실제론 구두로 천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얼마든지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선무당이 경제를 잡을 뻔했다”며 “과연 이런 일을 민유성 산은 총재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쪽은 “재산신고서 비고란에 기재·신고했으며 행정안전부가 관보에 실을 때 이를 미실현된 재산으로 봐 뺀 것”이라고 재산신고 누락 의혹을 해명했으며, 주식 포기 각서를 쓰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민 행장이 산은 이사회에 보고서 형식으로 협상이 성공할 경우 스톡어워드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자필서명해 제출했으며, 이사회에 직접 출석해 이를 구두로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산은 민영화를 찬성했던 여권 의원들조차 아예 산은 민영화 기본 구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종구 의원은 “산은은 실패한 투자은행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 왜 만신창이가 된 투자은행 모델을 좇아가야 하느냐”며 “산은 민영화는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며 새로운 비전이 담긴 계획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의원도 전광우 금융위원장에게 “이번 사태를 보니 산은을 투자은행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질문하며 “정책을 재정리하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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