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1 18:25
수정 : 2008.09.2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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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주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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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리’ 변동성 키워…미 정부 사태수습 기다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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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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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흐름읽기/
금융기관만 놓고 보면 지금은 1930년 대공황보다 상황이 안 좋다. 당시는 조그만 금융기관들은 도산했지만 대형 기관들은 남아 사태 수습에 일조했는데 지금은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흔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미국 정부는 이번 사태 대응에 있어 모기지 업체 같이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기관 이외에는 세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에이아이지(AIG) 문제가 발생하자 이런 원칙은 사라졌고 긴급한 자금 투입이 이루어졌다. 그만큼 사안이 절박하고 금융기관들이 잘못됐을 때 올 파장이 겁났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금융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금융업 주가는 몇 단계의 반응을 거친다. 첫 번째는 기업이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하반기가 이에 해당하는데 종목별 주가가 연초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진다. 특징은 하락이 거의 모든 종목에 걸쳐 비슷하게 진행된다는 점과 처음 존속 여부에서 시작된 하락이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 상실로 변하면서 위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 하락은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이 확정된 후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기존 주주의 자격이 박탈되는 등 조처가 취해지므로 이를 회피하기 위해 매도가 시작되는데, 이때는 금융 시스템보다 개별 기업의 문제로 사안이 축소된다.
지금 미국 금융기관은 첫 단계 위기를 겪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존 원칙과 달리 에이아이지에 8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을 때는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사태의 가닥을 잡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가 급격히 신뢰 문제로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사실 여하에 관계없이 공포에 휩쓸리는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다.
‘나 이외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심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외환위기 직후 대형 증권사로 꼽혔던 동서증권을 모기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히자 하루도 못 가 부도가 나고 만 것은 이런 공포 심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였다.
금융기관에 신뢰의 문제가 제기되고 이것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면 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진다. 문제의 확산과 해결이 사람의 마음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시장 상황은 다른 어떤 때보다 어렵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부도 리스트에 오르는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태가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모기지 업체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지기로 했고, 손실이 큰 기관은 파산을 냈으며,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처리에 들어갔다. 처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실이 나올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정부가 그들의 경제 철학을 외면하면서까지 처리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정부의 대응 능력이 한계를 드러내든지, 아니면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될 때까지 정부는 발을 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신뢰의 문제’는 시간이 약이다. 이 부분이 조금만 해소되면 주가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hmc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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