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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자경영 50년 대한전선 새길 찾기
한우물→다각화 줄달음 “기업이 꼭 한 우물만 파는 게 맞는 것은 아니다. 한 우물만 파다 망한 기업이 많지 않느냐.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사업다각화를 계속할 것이다.” 1955년 창립한 뒤 50년 동안 흑자경영을 한 대한전선 임종욱 사장의 말이다. 오는 6일 창립 50주년 행사를 앞두고 2일 저녁 서울 장충동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임 사장은 “기업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 성장하고 이익을 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사양업종 또는 저성장업종을 영위하는 전통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을 대한전선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한전선은 다른 기업들이 하지 않는 좀 독특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나가고 있다. ■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한다=대한전선이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력업종인 전선분야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상장회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9.7%였으나, 대한전선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4.7%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전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해 첨단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세계 일류업체로 도약하는 것이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박병일 사업지원실장은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전송 손실을 최소할 수 있는 초전도전선을 개발하는 등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대한전선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전선은 사실상 이런 전략을 포기했다. 임종욱 사장은 “연구개발이란 게 쉽지 않다”며 “직접 신기술을 개발하기보다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로열티를 주고 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한전선에는 연구전담부서가 아예 없다. 2012년 영업이익률 10% 이상, 각 사업별 세계 1등 분야 확보를 목표로 내세우는 엘에스전선과 대조적이다. 대한전선은 대신 사업다각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무주리조트, 쌍방울 등 전선업종과 전혀 관계 없는 레저, 섬유업종으로 진출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밀리긴 했지만 주류회사인 진로 인수에도 참여해 두번째로 높은 응찰가를 써냈다.
주력 전선업종 정체 부닥치자 활로 모색
수익 좇아 레저 · 섬유 · 부동산 등 뛰어들어
사실상 지주회사 경영… 본격 전환 과제로
“장기적으론 가장 잘 한는 분야 찾아가야” 대한전선의 사업다각화 전략을 보면 딱히 목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무주리조트도 레저산업 진출을 목표로 주도적으로 나선 게 아니라 인수제의를 받아들인 경우다. 보험업을 주력업종으로 하겠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대한생명 인수에 나선 한화와 대비된다. 결국 대한전선이 하는 인수합병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수익성이다. 그러다보니 기업인수합병 뿐 아니라 부동산업, 자금대여업 등 돈이 남을 것 같은 사업이면 어디에든 진출한다. 임 사장은 “기업인수합병 때 투자수익률은 30% 정도는 돼야한다”며 “이제는 국내 경쟁이 심해 해외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사업다각화 전략에 대해 미래경영개발연구원 김용구 원장은 “기업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 돈이 보이는 곳으로 진출하는 경영방식은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런 식의 경영이 장기화하면 안되고, 여러 사업을 경험하면서 자기 조직이 가장 잘 하는 사업을 찾아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당분간 ‘활동하는 지주회사’ 체제로=대한전선이 당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지배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이다. 고 설경동 창업주와 2세인 고 설원량 회장이 지난 해 3월까지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해왔다. 지금은 전문경영인인 임종욱 대표이사 체제다. 임 대표는 지난 1995년부터 설원량 회장 밑에서 비서실장을 하는 등 줄곧 설 회장을 보좌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설 회장 체제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세인 설윤석(25)씨가 지난 3월부터 스테인리스사업부 마케팅기획팀 과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하면서 지배구조 문제가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기업인수합병으로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도 거론된다. 하지만 임 사장은 “지주회사 도입은 규제가 많아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활동하는(사실상의) 지주회사’ 형태로 그룹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박승록 선임연구위원은 “대한전선도 과도기를 거쳐 3세로 경영권이 이양되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변호사는 “대한전선이 앞으로 사업다각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면 장기적으로 지주회사체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는 것이 부실 계열사의 구조조정이나 신규 기업인수합병에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석구 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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