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8 19:58
수정 : 2008.10.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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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의통화(M2) 증가율 흐름으로 본 자금시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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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파산 뒤 보름간 수신 10조원 급증
시중 통화·유동성 증가세 석달째 둔화
시장에서 돈 흐름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 심화로 시중의 통화·유동성 증가세가 3달째 둔화세를 이어갔다. 특히 불안감 확산으로 투자행태가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8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을 보면, 만기 2년 미만인 정기 예·적금, 결제성예금 등으로 구성된 광의통화(M2, 평잔)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7% 늘어 전월보다 증가율이 0.1%포인트 낮아졌다. M2 증가율은 지난 5월 15.8%로 고점을 찍은 뒤, 6월 15.1%, 7월 14.8%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배포한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9월 M2 증가율도 14%대 중반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2년 이상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 유동성’(Lf, 평잔) 증가율도 11.8%로 전월의 12.1%보다 둔화됐다. 금융기관 유동성 증가율은 5월 13.1%에서 6월 12.7%로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석 달째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위원은 “경기 악화로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아 신용창출이 되지 않고 있음이 통화량 증가율 측면에서 사후적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9, 10월 지표는 더욱 나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은행들은 몰려드는 자금을 다시 시장에 대출해주는 대신 현금성 자산 확보 차원에서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나온 한은의 ‘9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 직후인 9월16일부터 30일까지 보름 동안 은행 수신은 10조 원이나 증가했다. 은행 수신은 9월 1∼15일까지 2조 4천억원이 감소했으나 중순 이후 급증세로 돌아섰으며, 이에 따라 9월 한 달간 총 7조6천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8월 증가액 15조6천억원과 견줘서는 절반 수준이지만, 7월 6천억원 보다는 7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기예금은 2조원,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6조9천억 원이 각각 증가했다. 다만 양도성예금증서(CD)는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서 3조8천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8월에는 월말 휴일 등으로 결제자금이 빠지지 않으면서 수신액이 크게 늘어난 면이 있다”며 “9월 리먼 사태 이후 은행 수신이 크게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9월 한 달간 20조4천억원이나 줄었다. 이런 감소 규모는 2003년 3월 24조2천억원 감소 이후 최대 폭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000~2001년 아이티(IT·정보기술) 거품이 꺼질 무렵 M2가 횡보한 적도 있는데 8월까지 나온 지표를 보면 시중 통화의 절대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격적인 경기후퇴라고 하기엔 이르다”며, “전반적으로 자금운용이 보수화하고 있는데 일반 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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