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2 19:43
수정 : 2008.10.22 19:43
|
3분기 유형별 민원·분쟁 발생 현황
|
3분기 증권사 70건…작년보다 2배이상↑
위험도 높은 투자 적극 권유 불만 쏟아져
직장인 박아무개(39)씨는 지난해 7월 한 증권사 지점에서 2년짜리 주가연계펀드(ELF)에 2억원을 집어넣었다. 국내 대기업 두 곳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박씨는 “가입 당시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손실액이 그렇게 클 수도 있다는 건 몰랐다”고 했다. 현재 40% 넘게 빠졌는데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동상환이 되기에 원금 손실을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 애가 타던 박씨는 결국 지난달 말 “이렇게 크게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주질 않았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펀드투자 대중화 시대에 증시가 폭락하면서 펀드 관련 민원·분쟁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2일 올해 3분기 중 증권사에 대한 민원과 분쟁이 359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건(2.0%) 늘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펀드 관련 민원·분쟁이 전체의 19.5%(70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4%(33건)에 비해 두 배 넘게 오른 수치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펀드 관련 민원 중 열에 아홉은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이 펀드를 팔았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민원이 늘고 있지만 투자자한테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판매회사들이 계약 당시 제대로 설명을 했든 하지 않았든 ‘설명을 들었다’는 항목에 서명을 하도록 해뒀기 때문이다. 다른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투자 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거나 없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입증하는 게 분쟁 해결의 핵심”이라며 “간혹 전화로 가입하면서 녹취록이 남아있어 인용한 사례도 있지만, 입증을 못해 분쟁에서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함부로 인감도장을 찍지 않듯이 무슨 거래든 함부로 서명을 해선 곤란하다”며 “모든 투자는 결국 자기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당권유 행위’도 지난해 3분기 21건에서 28건으로 늘었다. 증권사 직원이 고위험의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는 불만이 대부분이다. 이런 부당권유에는 증권사 쪽에서 ‘손실이 나면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이런 증권사의 손실 보전 약속은 증권거래법(제52조) 등에 의해 약속 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법원도 2002년 12월 판결을 통해 “손실 보전 약속은 안이한 투자판단을 초래하고 증권투자의 자기책임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약정서 자체가 무효라는 판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고객이 매매에 관한 결정을 증권사에 맡기는 일임매매 관련은 26건에서 19건으로, 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허락 없이 주식을 매매하는 임의매매 관련은 38건에서 33건으로 줄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