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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서민까지 펀드투자…대부분 여유자금없어
부동산 저가매입하더라도 “비싸게 사줄 사람 없어”
국내외 금융 불안 속에서 10년 전 외환위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인 동시에, 거꾸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한탕주의식 ‘낙관’도 있다. 외환위기의 학습효과가 ‘바닥론’과 대박 신화를 낳았던 것이다. 주가와 아파트 값이 바닥을 치고 1~2년 안에 급격하게 회복하면서 단기 급등해 한몫 잡는 대박 기회가 또다시 열릴까?
■ 중산층도 여력이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산가는 물론 중산 서민층까지 펀드 투자에 나섰다가 된통 물려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당시는 재테크 개념이 일반화되기 전이라, 서민들의 투자처로는 은행 예·적금이 거의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1천만명이 이상이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등 대부분이 주가 관련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자산가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100억원대의 자산을 펀드에 투자해 50억원의 평가손실을 본 부자가 있을 정도라고, 한 시중은행 피비(PB)는 전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했던 중산층은 대출에 따른 상환부담에 더해 가계 여유자금이 모두 펀드에 투자돼 있어 양쪽으로 위협당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은 기회를 잡을 여력도 없어 ‘대박 신화’가 많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 금리 및 부동산시장 흐름 달라져 경제 환경의 차이도 크다. 아이엠에프의 고금리정책에 따라 1997년 말~1998년 초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17%대로 급등했다. 지금도 일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금리가 7%를 웃돌 정도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지금은 저금리 시대가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7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번엔 고금리로 한몫 챙길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예전 같지 않다. 외환위기 당시는 우리나라 베이비붐이 시작된 1957~58년생이 막 40대에 접어들면서 아파트 수요가 새로 늘어나기 시작할 때였다. 40대는 소비 여력이 있고, 아파트 수요도 큰 연령대로, 2000년대 초 아파트 값 상승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제는 40대에 접어드는 인구가 점차 줄고 있어 부동산 투자는 점차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교육업체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는 “벌써부터 내년이 아파트 매입의 기회가 아닌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며 “저가매입은 비싸게 사줄 사람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중산층도 펀드에 물려 여력이 없는 마당이라 매수세력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 외환위기 당시에는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기업들이 큰 혜택을 봤지만 지금은 그 혜택이 크질 않다. 아시아 몇몇 나라에 국한된 외환위기와 달리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경기 후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 살아남아야 기회도 있다 투자전략가들은 ‘관망’을 첫번째 전략으로 꼽고 있다. 위험 감수(리스크 테이킹)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신한은행 김은정 분당피비센터 팀장은 “어느 하나도 확실한 게 없는 상황이라 시장이 더 나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박승안 피비팀장도 “지금은 지키고 참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며 “특히, 회사에서 퇴출되고 금리가 요동치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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