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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묻지마 펀드’? 꼬치꼬치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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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가입때 꼭 챙길 사항
판매자 수당 챙기려 장밋빛 전망 일삼아‘과대포장’ 전단지 챙겨두면 분쟁때 유용
상품성격 등 담긴 ‘운용제안서’ 살펴봐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펀드가 반토막 나자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집단소송을 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승소하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를 ‘투자의 기본’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언젠가 다시 투자에 나설 것이기에 ‘수업료’를 낸 만큼 확실히 배워두자는 것이다. 모든 투자행위가 그러하듯 펀드투자도 투자자의 처지(현금흐름 등)와 투자목적, 목표수익 등이 명확해야 한다. 은행예금과 달리 원금을 까먹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춰 적절한 펀드를 고르기 위해선 판매직원한테 상품의 성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판단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은행과 증권사 직원들은 실적 경쟁 탓에 펀드 판매 과정에서 고객 유치에만 급급해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별도의 공간에서 고객 성향을 파악한 뒤 상품을 파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다른 고객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은행 창구 등에서 한꺼번에 모든 일을 처리하는 까닭에 고객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006~2007년 펀드 열풍 속에서 시중은행들은 예금하러 온 고객들한테도 펀드 가입을 권유했다”며 은행의 과도한 펀드판매 드라이브를 비판한다. 이처럼 판매사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물건을 골라주기보다 많이 팔면 그만인 구조에서 성실한 상품 설명(위험 고지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꼼꼼히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상담 때 받아둔 투자설명서와 각종 광고전단은 반드시 챙겨 놓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특히 광고 전단은 일반적인 투자설명서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을 담는 경우가 많아 분쟁 발생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가입할 때 챙겨둔 전단을 환매할 때까지 아예 펀드통장에 끼워넣어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요즘은 휴대전화나 엠피3 플레이어로도 녹음이 가능한 만큼 투자상담 내용을 녹음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업계 선두권의 자산운용사 팀장은 “면전에서 녹취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신중하게 다시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어려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기존 펀드 가입자들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운용제안서’를 판매사에 요구해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펀드 약관이나 투자설명서와 달리 제안서에는 상품 구조와 성격이 비교적 잘 나와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판매사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명확하게 설명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투자자들도 투자의 기본원칙을 잊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표준판매 매뉴얼 6단계’가 시행돼 분쟁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단계 매뉴얼은 투자자 성향파악→투자자 유형분류(위험회피형, 안정형, 안정성장형, 성장형, 공격형)→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 제시→펀드에 대한 설명→투자자 의사확인→사후관리 등을 지키도록 하고 있어 현재의 관행이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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