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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지수 및 시가총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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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선 다시 붕괴…건전성 기준 등급화 검토
기관투자 참여위한 새로운 대표지수 개발도
한때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불리던 코스닥시장이 증시 폭락과 신뢰 상실, 간판기업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증권선물거래소는 대대적 시장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19일 “금융위기 영향에다 여러 악재가 겹쳐 있는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건전성을 강화하고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등을 등급화하는 등 전방위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에 단계적으로 혁신적인 조처들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6년 7월 출범한 코스닥시장의 위기는 올해 들어 가속화됐다. 2000년 정보통신 거품이 한창일 때 장중 2796까지 올랐던 코스닥지수는 이날 297.41로 장을 마감해 지난 10월 말에 이어 다시 300선이 무너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1036개 기업이 상장돼 있으나, 시가총액의 11%를 차지하면서 코스닥 기업의 ‘간판스타’라 할 수 있는 엔에이치엔(NHN)이 이르면 12월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갈 예정이라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이미 아시아나항공, 엘지텔레콤, 부국철강 등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급증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사기성 거래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배임·횡령으로 적발된 사례가 2006년 2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71건, 올해 79건(10월 말 현재)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라 시장에서도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거래소 쪽의 코스닥 시장 정비 방안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온 일부 코스닥기업을 우량기업과 분리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다. 일부 한계기업들이 ‘미꾸라지’처럼 잦은 횡령·배임과 공시 번복으로 시장 전체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거래소는 벤처기업과 일반기업으로 단순 구분된 코스닥시장을 건전성과 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한 등급화를 검토하고 있다. ‘시장 구분관리 방안’을 주제로 증권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가 이달 말 나오면 구체적인 시장 등급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와 별도로 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재무구조 요건을 강화해 퇴출이 쉽게 이뤄지도록 하는 실질심사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내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공시 역량을 강화해 기업의 속사정이 좀 더 정확하고 자주 알려지도록 할 예정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비중이 90% 이상이라는 코스닥시장의 약점을 보완하고 기관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대표지수 개발도 검토 중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으면 쏠림 현상 탓에 변동성이 커 시장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하는 코스닥지수의 ‘스타지수’는 30개 종목만 들어있고, 선물시장에서 하루 한두 건만 거래가 성사될 정도로 대표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지수편입 종목을 추가하고 대표종목을 교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거래소의 이런 시장 정비 방안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거대한 외부변수가 코스닥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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