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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 점검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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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감원바람에 ‘맞벌이→외벌이’ 우려
1년 이상 장기불황 고려속 지출계획 필요
유동성 곤란땐 장기금융상품도 과감히 깨야
주가 500,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집값 반토막….
국내외 경제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는데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들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주가가 50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견했고, 신영증권도 “최악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51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스위스계 유비에스(UBS)증권은 최근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삼성증권은 -0.2%로 전망했다. 여기에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이를 통해 자신의 객관적 처지를 점검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기회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증권가 전문가들은 권한다.
가계 쪽에서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소득 감소다. 이미 많은 중소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반 가까이 줄었으며, 중소기업 쪽도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실정이다.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10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감원 바람이 불 것이다.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바뀌며 소득이 반토막나고, 심지어 소득이 몇 달 동안 끊길 수도 있음을 감안한 살림살이 계획을 짜야할 때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현재 일자리 증가는 정체상태에 있는데다, 앞으로 외환위기 당시 만큼 대규모는 아니라도 구조조정이 벌어진다면 일부 가계가 한계상황을 맞아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출 쪽은 금리가 걱정이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시장금리는 그다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더 오를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소득과 지출 양쪽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에서 안전판은 현금성 자산이다. 3개월치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갖고 있어야 극단적인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유동성에서 당장 곤란을 겪는 지경이라면, 소득공제 혜택을 포기하더라도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장기금융상품까지도 과감히 깨는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의 규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의료실비 보험은 아플 때를 대비해 작은 규모로라도 가입하는 등 금융상품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할 때다.
비상금이 부족한 경우 가계의 긴축 재정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한꺼번에 지출을 줄일 수 없어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좋다. 먼저, 외식비는 대폭 줄이고, 통신비와 문화생활비, 자가용 유지비 등을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다.
소득과 지출 관련 계획을 짤 때는 ‘장기 불황’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내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내년 하반기 경기회복을 점치고 있지만, 이번 불황이 1년 이상 지속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많다.
경제교육 업체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는 “많은 사람이 ‘반년만 참으면 다 잘될 거야’라는 식의 막연한 낙관론이나 반대로 막연한 불안감에 빠져있다”며 “최악의 상황 전개를 예상하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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