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저 3%로…두달새 2.25%p 내려
“비상수단 쓸수도”…주가 오르고 환율 급락
한국은행이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사상 최대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또 현재 상황을 ‘비상사태의 경계선’으로 규정하고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소임을 뛰어넘어 직접 소방수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4%에서 3%로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10월 초까지 연 5.25%였던 기준금리는 금융위기가 터진 뒤 두 달 남짓 만에 2.25%포인트 낮아지게 됐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 10월9일 0.25%포인트, 10월28일 0.7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달 7일 다시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바뀐 1999년 이후에 기준금리가 3%로 내려간 적은 한번도 없었으며, 역대 최저금리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적용된 3.25%였다.
이날 한은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주식·채권·원화가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56포인트(0.75%) 오른 1154.43으로 마감해 5거래일째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8%포인트 내린 연 4.44%로 마감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35.3원 떨어진(원화 강세) 1358.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상당기간 아주 낮은 성장이 불가피하고 고용도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가 급속하게 하강하고 있어 이에 맞는 과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12일 한은이 발표할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 “한은은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에는 여러 비상수단을 쓸 수 있다”며 “지금은 비상수단을 쓸 것인지, 전통적인 수단에 머물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경계선에 와 있다”고 말했다. 비상수단이란 금융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한은이 직접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다만 “발권력의 무분별한 사용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경계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은행권으로 제한했던 환매조건부 증권매매(RP) 대상 기관에 증권사 열두 곳을 추가했다. 이는 한은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직접 자금을 공급할 길을 연 것이다. 한은은 또 이날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 흡수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환매조건부증권 매각 규모를 10조4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줄여 사실상 5조4천억원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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