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H “자본회수에 적대적” 런던서 한국 맹비난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영국계 펀드 비아이에이치(BIH)의 브릿지증권 편법매각 논란이 나라 밖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브릿지증권 노동조합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아이에이치 주요 주주인 미국 위스콘신연기금 쪽에 항의 방문단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교사와 공무원 연금을 관리하는 위스콘신연기금에 비아이에이치의 행태를 고발하고, 투기자본과의 결별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국계 투자회사 아이리젠트그룹과 위스콘신연기금 등이 참여해 만든 비아이에이치는 조세회피지역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두고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고 있는 대형 투자펀드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비아이에이치의 한 임원은 영국 런던에서 한덕수 부총리 주재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장에서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날 앤드루 프레이저 비아이에이치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에 비판적인 일부 언론과 노조가 브릿지증권 매각을 방해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투자자본 회수에 적대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자본 회수에만 혈안이 돼 있는 비아이에이치가 투자설명회에서 재를 뿌리는 방법으로 한국 정부와 노동조합에 노골적인 협박을 했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비아이에이치는 브릿지증권 보유지분 전량(78%)과 다른 두명의 투자자 지분을 합친 86%의 지분을 1310억원에 국내 리딩투자증권에 넘기기로 계약을 맺고, 금융감독위원회에 합병 승인요청을 한 상태다. 계약 내용을 보면 리딩투자증권은 선납금 등 207억원만 비아이에이치에 지급하고, 남은 1103억원은 리딩투자증권이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뒤 브릿지증권의 채권과 자산을 팔거나 담보로 돈을 빌려 후납하는 방법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매수자인 리딩투자증권이 거의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자산 2000억원대의 브리지증권을 합병하고, 대주주인 비아이에이치는 이익을 챙겨 빠져나가는 교묘한 방법을 쓰고 있다”며, 지난 3월 비아이에이치 관계자, 브릿지증권과 리딩투자증권 이사 등을 엄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비아이에이치는 지난 1998년 국내 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대유증권, 일은증권을 합병해 브릿지증권을 만들었고, 그동안 세차례에 걸친 유상감자와 고율배당 등을 통해 투자원금(2200억원)의 대부분을 회수했으며, 이번 매각까지 포함하면 1천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비아이에이치의 대주주인 리젠트퍼시픽그룹의 전 회장인 짐 멜런은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기소중지 상태다. 금융감독위는 오는 20일 브릿지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의 합병 승인 요청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며, 비아이에이치는 합병 승인이 나지 않으면, 브릿지증권에 대한 청산 절차를 밟겠다고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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