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14 18:46
수정 : 2008.12.14 21:14
계획보다 1조7500억 늘어…시중은행 우회 지원
기업대출 활성화 기대 속 ‘도미노 부실’ 우려도
은행 자본확충, 기업 대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국책 금융기관에 대규모 출자가 단행된다. 애초 정부는 국책 금융기관 출자금액으로 3조6100억원을 제시했으나, 13일 국회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1조7500억원이 더 늘어난 5조3600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산업은행에는 연말 현물출자(5천억원)와 내년 현금출자(5천억원)을 포함해 1조원을 출자하는 것이 당초 정부안이었으나, 여기에 내년 현금출자액 4천억원이 증액됐다. 수출입은행에도 연말 6500억원의 현물출자에 이어, 내년 3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해 총 출자규모가 9500억원으로 늘었다. 이밖에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정부 보증기관과 중소기업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수출보험기금, 부실채권 매입 기능을 갖고 있는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국책 기관에도 각각 9천억원과 2천억원, 3100억원, 4000억원씩 출자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에도 1조원이 투입된다.
이들 국책 금융기관은 출자금을 토대로 한국은행과 함께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기 급락에 따른 대출 채권 부실화 등으로 자본 적정성이 크게 나빠졌던 시중은행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원을 받은 은행들은 정부와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 일정한 수준의 경영 간섭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13개 시중은행에 내년 1월까지 자본 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을 각각 9%, 12%까지 끌어올릴 것을 주문한 바 있어,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 은행들이 우선 지원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독 규정상 자기자본비율이 8% 이하로 떨어져야 자본 확충 등 ‘적기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현재 모든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고 있는 만큼 국책은행 등을 통한 우회적인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은행 자본확충에 주력하는 목적은, 중소기업 자금난으로 상징되는 실물경제 침체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서다. 은행의 자본이 풍부해지면, 대출 채권 부실화를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는 게 정부 쪽의 설명이다. 그 동안 은행들은 자본 부족 등을 이유로 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정부가 신보 등 보증기관에 대규모 출자를 결정한 것도 보증여력을 높여 은행들에 대출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기 위한 조처다.
국책은행을 통해 은행권 우회 지원에 나서는 정부의 의도가 금융시장에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경기 급락에 따라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조짐이어서 자칫 은행권 부실은 물론 국책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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