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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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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인하-유동성 공급 순기능
CD·우량채권 금리 하락…은행 ‘최대 수혜’
“내년 부도사태 가능성 여전…더 지켜봐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신용경색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 것인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16일 채권시장에서 양도성 예금증서(CD) 91일물의 금리는 전날보다 0.25% 포인트 떨어진 4.49%로 거래를 마쳤다. 2006년 6월19일(4.48%) 이후 2년 6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1.0% 포인트 내리면서 시디 금리는 이날 0.69%포인트 내렸으며, 15일에도 0.01%포인트 빠졌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벌어지기 전 9월11일 5.79%를 기록했던 시디 금리는 10월24일 6.18%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한은이 지난 10월부터 두 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모두 1.25% 포인트 내렸으나 시중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회사채 등 신용채권(크레디트물, 신용위험이 있는 채권)의 금리는 되레 올라가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면서 시디 금리에 연동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주단위 변동)는 연 5.51~7.01%로 지난 주보다 0.70% 포인트 떨어지면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일단위 변동)도 이날 5.65~6.95%을 기록해 지난 주초보다 0.70% 포인트 떨어졌다.
대우증권 서철수 연구위원은 “그동안 신용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보니 채권 금리(수익률)가 한정없이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한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환매조건부(RP) 채권 매입의 대상기간을 증권사 쪽으로 확대한 것이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신용채권의 금리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우량채권인 회사채(무보증3년, AA-) 금리는 이날 0.27%포인트 빠져 8.05%에 거래됐다. 지난 11일 이후 4거래일동안 0.8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도 이날 6.79%로 거래돼 같은 기간 0.33%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 노력의 최대 수혜자는 아무래도 은행 쪽이라는 평가다.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조달 비용이 줄고, 시디금리 하락에 따른 가계 및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 완화로 건전성 악화 우려도 줄었다. 은행채와 국고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신용경색이 한창일 때 3.50%포인트까지 벌어졌으나 최근 2.40%포인트 수준으로 줄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에는 차이가 1.2% 포인트 수준이었다.
시중 금리의 상승세가 꺾이고 하락 반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향 안정을 찾을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 비우량채권인 회사채(무보증3년, BBB-) 쪽에는 아직 온기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0.49% 포인트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12%대에 머물러 있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 서향미 연구원은 “은행채 금리가 떨어져 은행들이 여신 쪽에 여유가 커진다면 신용경색이 풀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며 “회사채 쪽은 절대금리가 조금 내려간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 중에 회사 부도 등 신용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본격적인 신용스프레드 축소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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