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외식·문화비 줄고 소비위축…“저축으로 이어질 것”
한국금융연구원이 금융위기를 맞아 정부가 내놓은 고소득자에 집중된 감세 위주의 경기 부양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경제위기와 소비패턴의 변화’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행 감세 방안은 고소득자에게 세부담 경감효과가 집중되도록 설계돼 있어 감세정책의 경기 부양효과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박 위원의 주장은 전기 대비 0.16%포인트 감소한 올 2분기 실질 가계최종소비지출 분석을 근거로 삼고 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해당 기간 동안 국외소비와 교통, 문화, 의류 등 외출형 소비지출을 크게 줄이고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품, 통신 등 재택형 소비지출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은 “외식 대신 가정 내 식사를 늘리고, 오락과 문화 활동을 줄이는 대신 통신지출을 늘려 오락과 문화에 대한 욕구를 가정에서 충족시킨 것”이라며 “(감세에 따른 향후) 소득증가를 소비확대 대신 저축증가에 사용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석 결과는 감세 → 가처분 소득 증가 → 소비 증가 → 투자 증가 → 경기 활성화 →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부 기대대로 형성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감세는 재정 악화만 초래할 것이라는 게 박 위원의 분석이다. 박 위원은 “올 2분기에 나타난 소비자들의 선택 결과는 외환위기로 급격하게 소비가 위축되던 1997년 4분기와 매우 흡사하다”면서 “이는 소비자들이 이미 올봄에 소비 여건이 외환 위기의 시작단계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시의성과 적절성, 일관성을 확보해 정부가 상황을 장악하고 있고,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안심과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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