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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1 19:40 수정 : 2005.05.11 19:40

수수료 연2% 빼면 사실상 원금손실
“아무런 통보 없었다” 고객 항의 빗발

한때 높은 금리로 은행 최고 인기상품이었던 신탁상품들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불과 4~5년 전만해도 수익률이 연 10%이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수익률이 정기예금 이자에도 못미치는 연 1%대까지 추락하면서 계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객들은 사실상 원금까지 까먹게 될 지경이 됐다며, 은행의 수익률 책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추락하는 신탁상품=은행 신탁상품은 투자신탁회사처럼 은행이 고객 돈을 맡아 대신 운용한 뒤 수익을 정기적으로 이자형태로 실적을 배당해주는 상품이다. 은행들의 투자형태는 다양하지만 주로 회사채나 국공채 등에 투자를 한다. 신탁상품 수익률이 급감한 것은 오랜 저금리 기조에 따라 채권수익률(금리)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대표적인 신탁상품인 신종적립신탁은 지난 1997년 12월 은행권에 도입돼 1998년까지도 연 17%안팎의 높은 수익을 내면서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00년 7월부터는 신규 가입이 중단됐지만, 상당수 고객들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각 은행의 이 상품 수익률은 매년 큰 폭으로 줄면서 올들어서는 이미 1%대까지 밀린 상태다. 국민은행의 신종적립신탁 수익률은 지난 1월 연 6.27%에서 2월 2.60%, 3월 1.42%, 4월 1.12%로 급락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4월 수익률이 연 2.38%와 2.94로 떨어졌다. 이 상품은 매년 6월과 12월 두번 실적을 배당하는데, 올 상반기 배당에선 연 3~4%대의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은행에 내는 상품 수수료(신탁보수, 연 2%)를 감안하면 사실상 원금을 까먹는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신탁상품 중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연금신탁 종류의 상품 뿐이다. 이에 따라 신종적립신탁은 고객들의 해지가 잇따르면서 올들어 4월말까지 넉달동안 2591억원이나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2조2천억원(4월말 현재)이 은행권에 남아있다.

■ 소비자들 불만 잇따라=국민은행을 이용한다는 김아무개씨는 “수익률이 원금을 까먹는 수준까지 떨어졌으면 당연히 은행에서 이를 알려 해지를 권고해야 한다”며 “항의 전화를 할 때까지 은행에서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신한은행 고객인 이아무개씨도 “가입할 때 창구 직원은 높은 금리 얘기만 했지 경우에 따라 원금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말은 없었다”며 “은행을 찾아가 항의한 뒤 신탁상품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또 적립식신탁의 경우 은행이 임의로 수익률을 책정하므로 산정 기준에 의문을 제가하는 사람도 많다. 한 시중은행에서 신탁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했다는 전 은행원은 “은행들이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데서 운용한 부실채권을 신탁상품에 편입시켜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은행이 임의로 수익률을 정하는 구조기 때문에 고객들은 이를 알 수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수익률이 떨어져도 한꺼번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위해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이나 수익률 변동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실정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적립식펀드도 각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어 만기 때 고객들의 항의사태가 우려된다.

한 은행 임원은 “수익률은 채권 운용수익에 따라 투명하게 책정하고 있으며, 고객들도 한때 채권수익률이 높았을 때 많은 돈을 벌었던 것은 제쳐두고 지금와서 항의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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