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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1 22:14 수정 : 2009.02.01 22:14

‘자통법’ 시행되면 뭐가 달라지나

회사원 김 아무개(36)씨의 자산운용 ‘거점’은 ㅎ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이다. ㅎ은행의 보통예금 통장으로 월급을 받아 신용카드 결제 등에 필요한 자금만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시엠에이로 옮긴다. 시엠에이로 들어오는 각종 투자수익이 연3~4%로 보통예금 이자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다음 달쯤 김씨의 시엠에이에 지급결제 기능이 덧붙는다. 오는 4일부터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의 시행에 따른 변화다. 금융회사간 결제시스템의 정비 등 일부 실무적인 준비만 마무리되면 시엠에이를 통해 신용카드 사용대금 결제나 보험료 납입도 할 수 있다.

투자자 성향조사 등 여러단계 거쳐야
“새 금융상품 쏟아질것”…위험도 커져
내달부턴 증권사 CMA로 카드값 결제

자통법의 정식 명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등 기존 14가지 금융 관련 법률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이 법의 본격 시행으로 금융업종간 경쟁구도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서비스 이용 및 투자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 은행으로 갈까, 증권사로 갈까 현재 증권사 시엠에이로는 직접 입·출금이나 계좌 자동이체를 하지 못한다. 지급결제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시엠에이로는 각종 공과금과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등도 지불할 수 없다. 통상 이용시간도 은행 쪽이 증권사에 전산망을 열어주는 오전9시~밤10시까지만 가능하다.

이런 불편에도 시엠에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힙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6년 말 8조6천억원이었던 잔고가 1월22일 현재 32조8천여억원에 이른다. 자통법 시행으로 지급결제 기능까지 갖추면 시엠에이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각종 수수료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윤성희 마케팅본부 이사는 “지금은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은행 2.5곳과 거래를 하는데 앞으로는 은행을 하나 줄이면서 주거래 금융회사를 ‘1개 은행+1개 증권사’ 형태로 바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펀드 가입 1시간 정도 걸릴 듯 자통법 시행으로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판매 관행도 크게 바뀐다. 금융회사 창구에서 10여분 만 에 뚝딱 결정하는‘묻지마 투자’나, 은행에 적금을 들러 갔다가 은행원 권유에 얼떨결에 펀드에 가입하는 행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통법 아래에서 금융회사는 투자자한테 펀드를 판매할 때는 투자 위험 등을 반드시 설명하도록 하는 ‘설명의무 원칙’과, 고객에 맞는 상품만 권유하도록 하는 ‘적합성의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자통법과 함께 새로 만들어진 ‘표준투자권유준칙’(금융투자협회 제정)에 따라 ‘투자자 성향 파악 → 투자자 유형 분류 → 투자자한테 적합한 펀드 설정 → 펀드 설명 → 투자자 의사 확인 → 사후관리’ 등 6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간단한 펀드 가입에도 1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자는 설문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투자자 정보를 통해 안정형에서부터 공격투자형까지 5단계로 분류되고, 금융회사 쪽은 그에 맞는 펀드에 가입하도록 권할 수 있다. 이를테면 만 65살이 넘고 제대로 된 투자경험이 1년 미만인 고객한테는 파생상품 등에는 투자를 권유할 수 없게 된다.

■ 선택권 넓어지고, 자기 책임은 커져 자통법에 따라 금융업종간 칸막이가 대폭 낮아짐에 따라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새로운 법 체계 아래에선 ‘투자성’만 있으면 모두 금융투자상품이 될 수 있다. 날씨, 이산화탄소 배출권, 범죄율 등 무엇이든 개발 여부에 따라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우증권 김희주 전략기획부장은 “이렇게 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지만 나중에 어떤 상품이 나올지 지금은 알 길이 없다”며 “수많은 아이디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로선 이처럼 선택권이 넓지지만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증권연구원 노희진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전문가들이 위험을 검증한 금융투자상품만 거래되지만 앞으로는 검증되지 않는 신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선택폭이 넓이진 만큼, 자기 책임도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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