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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풀린 증권사 ‘종합투자사 변신’ 시도.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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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격변하는 금융시장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은 증권사들에 ‘비상의 기회’를 준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무제한에 가까운 상품개발과 겸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증권과 자산운용, 선물, 종금, 신탁 등 5가지 업무가 엄격히 구분됐지만 이제는 한곳에서 모두 겸업할 수 있다. 또 상품 개발에서 자율의 폭이 넓어져 무한경쟁이 가능해졌다. 증권사간 무한경쟁이 본궤도에 들어선다면 자연스럽게 인수·합병(M&A)이 일어나고 대형 투자은행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증권연구원 신보성 금융투자산업실장은 “대형사든 중형사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통법 시대가 본격화된다면 대형 증권사 3~4곳과 나머지 특화된 전문증권사 몇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대우·우리투자증권 ‘선물업 진출 준비’ 등 새 활로 개척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헤지펀드사 설립 국외진출 강화
현대증권 등은 조직개편으로 몸집 불리기 본격화 나서 ■ 새로운 영역을 찾아 대우증권은 선물업, 집합투자업(헤지펀드 업무 포함) 등 신규업무 진출을 위한 준비에 이미 들어가 있다. 자통법 시행으로 가능해진 헤지펀드 업무와 관련해 직접 운용을 위해 전담팀을 만들었고, 본격적인 판매 영업도 곧 시작한다. 금리선물을 중심으로 선물업 진출도 준비중이다. 다년간 쌓은 채권운용 경험에서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환선물, 상품선물, 해외선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각종 파생상품 개발을 위해 상품개발 조직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초 파생상품 운용을 위해 계량금융 조직을 새로 꾸렸으며, 박사급 수학 전공자와 공학 전공자를 채용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신상품 출시와 신규사업 진출, 조직역량 강화 등을 3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신규영역 진출을 위해 선물업과 집합투자업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며, 부동산 신탁 영역에도 관심을 두고 준비중이다. 조직역량 강화를 위해 직원들의 신규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위험관리를 위해 내부 규정을 개정·보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선물업과 헤지펀드 등 새로 허용되는 분야에서 차별화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 별도의 작업반(TFT)을 꾸려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금리선물과 같은 장내파생상품 중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 나라 밖으로 한 걸음 더 우리투자증권은 선물업 진출을 위해, 자기자본 1억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에서 지난해 7월부터 헤지펀드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헤지펀드 마케팅 전문인력을 채용해 조만간 본격적인 마케팅과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은행 업무역량의 극대화를 위해 지난해 2월 이미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전문회사를 설립해 신규진출했다. 몽골-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카자흐스탄을 잇는 ‘금융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슬람채권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차별화된 상품 개발과 함께 기존의 장점인 외국 진출 쪽을 강화해 고객한테 새로운 투자기회를 주는 쪽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 외국 현지법인이나 외국사무소를 확장해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홍콩과 베이징, 베트남, 영국, 미국 등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인도와 브라질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아시아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업무에 나설 태세다. 또 한국 주식만을 위주로 한 위탁영업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주식을 놓고 세계 투자자 대상의 위탁영업을 수행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 덩치 키우기 현대증권은 업계 최대 규모 인력의 소매영업망을 바탕으로 사업분야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빅 3’ 종합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이해상충 방지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해, 도매영업·소매영업·기업금융·자산운용 등 기능별로 조직을 새롭게 정비했다. 현대증권은 또 종합투자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전산처리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재구축하고, 자산운용사를 따로 설립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적시에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미 지난해 말 하나아이비(IB)증권과 합병해 1조3천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갖춘 대형 증권사로 거듭났다. 자기자본투자(PI) 영역이 커지면서 대형화(자기자본 확충)가 필수요건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조처였다. 이와 함께 고객자산관리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웰스케어센터’를 설치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을 대상으로 선진국형 종합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자산관리 업무 수준을 한 단계 높일 방침이다. 투자은행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선 기존의 단순 상품 중심의 서비스가 아닌 법인 고객을 위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내 최대 지점망을 보유한 소매영업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상승) 효과를 노린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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